[기획] 미르·K스포츠재단 아직 활동 중… 朴 따라 버티기?

입력 2017-01-12 05:09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지난해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해산하겠다고 밝힌 뒤 세 달이 넘도록 계속 운영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11일 국민일보 취재진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가보니 직원들은 평소처럼 정상적으로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었다.

두 재단은 최순실(61·구속 기소)씨가 설립을 주도하고 대기업에서 재단 출연금을 강제로 모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각종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전경련은 두 재단을 해산하고 신규 통합재단을 설립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 전말은 두 재단을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발표와 달리 해산 절차는 실제로 진행되지 않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솔직히 말씀드려서 두 재단의 해산 절차는 진행이 잘 안 되고 있다”며 “특검 수사 결과를 보고 후속 조치를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발표 당시에는 재단 이사회에서 해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전경련이 직접 해산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재단 설립은) 기업이 제안해 전경련이 주도했다”고 밝혀 왔다.

그렇다고 두 재단이 자체 해산에 나서지도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처럼 버티면서 ‘만의 하나’를 기대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K스포츠재단 관계자는 “해산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는 우리가 더 궁금하다. 특검 조사 결과가 나온 다음 주무부처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르재단 관계자도 “재단 차원에서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만 했다.

K스포츠재단은 해산 발표 두 달 뒤인 지난해 11월 ‘2017년 체육 인재양성 관련 사업 기획안’까지 작성했다. 이 기획안에는 체육 인재 양성 방안과 400m 계주팀 창단 기획안 등이 포함돼 있다. 모두 5억원 정도 예산이 책정돼 있다. 주요 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지만 재단은 언제든 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재단이 유지되면서 강제 모금된 돈이 직원들의 월급과 건물 임대료 등 재단 유지비로 계속 집행되고 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특검 수사 결과를 보면 재단 출연금은 불법 모금에 뇌물 성격까지 띠고 있는 돈이다. 관련 예산이 더 이상 집행되지 않도록 조속하게 해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12일 두 재단의 해산과 예산집행 중지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실상 강제 해산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재단을 강제 해산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게 문체부의 설명이다. 설립 준비 단계에서 회의록 허위 작성 의혹이 제기됐지만 설립 이후 활동에서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중단하고 유지비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계획을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제출하라고 두 재단에 요구했다”며 “특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해야 두 재단의 강제 해산 여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주무부처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고 전경련이나 재단 자체의 의사결정 기구도 붕괴되거나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시간과 비용을 다 치르고 나서야 재단이 해산될 것”이라며 “이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