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부도,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 경기침체 등으로 위기에 처한 문화계를 살리기 위해 긴급지원에 나섰다.
최근 도서도매상 송인서적 부도 사태로 책값을 받지 못하게 된 출판업계를 위해 긴급자금을 제공하고, 과도한 임차료에 짓눌려 있는 대학로의 소극장들을 위해 임차료를 지원한다.
서울시는 지난 3일 송인서적 부도 사태로 송인서적과만 거래해온 500여개 중소 출판사를 비롯해 서점, 인쇄소 등 관련 거래업체들의 연쇄 피해가 우려된다며 시 차원의 지원 대책을 11일 발표했다.
먼저 시, 자치구, 교육청과 산하 공공도서관의 도서구입 예산 중 13억원을 송인서적의 재고서적 구입에 사용하기로 했다. 송인서적 창고에 있는 피해업체의 도서 재고분은 약 40억원으로 추정된다.
시는 재고도서 구입예산을 오는 2월까지 신속하게 집행하기로 했으며, 실제 피해 업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매도서 목록을 출판계와 함께 작성할 계획이다.
또 출판사와 지역서점 등의 피해를 돕기 위해 연 2%의 대출금리로 업체당 5000만원까지 총 600억원의 긴급경영자금을 제공한다. 현재 송인서적 부도 사태와 관련해 출판계가 확보한 긴급자금은 50억원 규모의 출판기금이 전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내 2위 서적도매상인 송인서적의 부도로 많은 소형 출판사들이 부도 위기에 몰려 있고 출판노동자들은 대량 해고, 생존권 박탈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국내 출판사의 67%가 서울시에 몰려있는 만큼 시가 나서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한다”고 긴급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출판계는 서울시 발표에 대해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며 반기고 있다. 국내 400여개 단행본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 박효상 유통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나 국회가 아무런 지원 대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나서주니 큰 힘이 된다”며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출판계 지원책을 모색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임대료 상승에 따라 대학로 바깥으로 내몰리거나 폐관할 위기에 처한 소극장들을 위한 지원책도 발표했다.
공연단체나 예술가가 직접 운영하는 대학로 소재 300석 미만 등록 공연장 가운데 10개 안팎을 선정해 2월부터 연말까지 임차료 전액을 지급한다.
임차료 지원을 받는 소극장은 연중 3∼22주 동안 자체 공연을 진행하고 나머지 기간은 순수예술 공연단체에 기존 대비 50% 이상 할인된 요금으로 대관해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에도 대학로 소극장 27곳에 최대 5000만원까지 임차료를 지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서울시, ‘연쇄 부도 위기’ 출판계 살리기 나섰다… 송인서적 재고도서 구입자금 13억 긴급 지원
입력 2017-01-1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