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초대석] 김영종 종로구청장 “종로의 정체성 지키고 문화·역사로 도시 재생”

입력 2017-01-11 21:22

“전형적인 안전불감증 사고입니다. 15층부터 철거를 시작해 바닥만 남은 상태였는데 바닥이 꺼져버렸어요. 땅바닥으로 보이지만 그 아래 지하 3층이 있었습니다. 그걸 생각하지 않고 밑을 제대로 보강하지 않아서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김영종(64·사진) 종로구청장은 지난 10일 집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신년인터뷰에서 건축가 출신답게 최근 발생한 낙원동 철거현장 매몰사고의 원인을 명쾌하게 분석했다.

김 구청장은 해법도 제시했다. “법을 고쳐달라고 그동안 여러 번 요구했습니다. 지금은 신고하고 계획서만 내면 철거가 진행됩니다. 구청도 감독하지 않습니다. 시장이나 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 한해서라도 철거를 현행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꿔야 합니다.”

이번 사고 후 김 구청장은 구 자체적으로 철거 안전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종로구만이라도 규정을 만들자고 하니까 법적인 근거도 없고 건축주 부담이 커진다며 우려가 있었다”며 “그렇다면 사람이 계속 죽어나가는 건 괜찮은 거냐?”고 따졌다. 이어 “철거 현장 안전 확보를 위한 규정이 꼭 필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 공사에는 안전관리요원도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로구에는 또 하나의 전국적 이슈가 있다. 일본 아베 수상이 연일 철거하라고 압박하는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관리 주체가 바로 종로구다.

김 구청장은 “제가 구청장을 하는 이상 철거는 안 된다”며 “국민적 합의가 없는 이상 우리가 나서서 철거하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2011년 12월 소녀상 설치의 주역이기도 하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평화비 설치 요구를 받고 비석을 일반 도로에 세울 수는 없으니 예술작품을 만들어 설치하면 되지 않겠냐는 안을 제시한 이가 김 구청장이다.

2010년부터 종로구청장으로 일하면서 그의 일관된 고민은 ‘종로의 정체성’이었다. 그는 올해도 한옥, 한복, 한식, 한글 등 전통문화를 잘 지키고 서촌의 사례처럼 문화와 역사의 힘으로 도시를 재생하는 ‘종로의 길’을 밀고 나갈 계획이다. 그는 “1910년대 지어진 한옥인 오진암을 철거할 때 급히 한옥 자재들을 옮겨와 부암동에 복원한 적이 있다. 이렇게 문화재급 건물들이 막무가내로 철거되는 건 반드시 막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보존과 개발 ‘투트랙’으로 종로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서촌, 북촌 등 율곡로 북쪽은 철저히 보존하고 청계천변은 고밀도로 확실하게 개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