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주요 계열사가 잇달아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은 어려운 대내외 경제 환경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해 SK그룹 최태원(사진) 회장이 “변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 데스(급사) 할 수 있다”고 위기감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변화를 요구한 데 따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딥 체인지(Deep Change)’를 언급하며 내부로부터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11일 3년간 11조원을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5G 등 미래 먹거리에 투자키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SK이노베이션은 화학, 석유개발, 배터리 사업 등에서 올해 3조원을 투자한다고 선언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충북 청주에 낸드 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하고 2조2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3개 계열사가 최근 한 달 새 발표한 투자금액을 합하면 16조2000억원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은 SK그룹 내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계열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룹 내에서 높은 위상을 차지하는 회사들이지만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시장 포화, CJ헬로비전 인수 실패 등으로 미래 성장동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도 최근 반도체 시장 호황으로 실적이 개선됐지만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사업 구조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위기상황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공격적인 투자로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는 생존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셈이다. 주력 계열사의 움직임이 활발해짐에 따라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도 적극적인 투자와 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최태원 ‘공격 투자’ 승부수… 미래먹거리 선점 나서
입력 2017-01-11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