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은 성경과 관련해 크게 두 가지 점에서 기여했다. 첫째는 성경을 성직자(사제)의 책에서 모든 신자의 책으로 돌려놓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성경을 신자들이 직접 해석하도록 함으로써 그들 나름의 시각을 갖게 한 것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신학자이자 변증가 중 한 명인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이 두 가지 특징이 개신교 500년 역사를 만들어온 근간이라고 단언한다.
맥그래스는 이 책에서 ‘영적 민주주의’가 초래한 기독교 역사를 정리한다. ‘신앙 민주화’는 당시 로마 가톨릭교회의 입장에서는 ‘위험한’ 사상이었다. 그러나 바로 거기에 개신교 신앙의 핵심이 있다. 누구나 경전을 읽고 자유롭게 해석함으로써 개신교는 수많은 가지치기를 하면서 뻗어나갔다. 어쩌면 교회 분열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맥그래스는 이를 ‘위험한’ 사상의 결과로 해석한다.
맥그래스는 자신의 책에 대해 “또 하나의 역사 기록이 아니라 개신교의 정체성과 그 내면의 역동성을 천명하려 했던 운동을 해석한 역사”라고 했다. 그는 개신교의 특징에 대해 “변하는 환경에 따라 재빨리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전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해가는 미생물을 닮았다”고 표현했다.
맥그래스는 오순절교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순절 교회가 전 세계 교회에서 가장 강력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어떤 지역에서도 잘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그래스는 그 비결을 오순절파가 표방하는 영적 평등에 무게를 둔다. 오순절파는 고전적 개신교 교리인 ‘만인제사장론’의 재발견이자 경건주의, 성결운동의 재진술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883쪽 분량이지만 일단 잡으면 술술 읽히고 흥미진진하다. 수많은 연관지식은 책을 읽는 독자만 습득할 수 있는 특권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추천 도서 ①] ‘영적 민주주의’가 초래한 기독교 역사
입력 2017-01-11 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