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준송] 위안화 폭락 가능성에 대비해야

입력 2017-01-11 17:29 수정 2017-01-11 18:23

올 들어 위안화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하루에 1% 가까이 움직이기도 한다.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 폭이 작지 않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이 지난 1년간 위안화 약세 방어를 위해 상당한 금액의 외환을 소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환율 방어에 실패해 위안화 폭락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혹시라도 그렇게 되면 우리 기업이나 국내 금융시장은 괜찮을까?

위안화 폭락? 가능하다. 누가 그 가능성을 배제하겠는가. 원화도 따라서 폭락할까? 중국 환율이 무너지는데 우리가 온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위안화 폭락 때 한국 금융시장에서 얼마나 급격히 해외 자본 유출이 일어나느냐에 달려 있다. 만일 급격한 해외 자본 유출이 국내에서 발생하면 원화 환율은 위안화 절하만큼 혹은 더 크게 절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급격한 해외 유출 가능성을 줄여야 하고 이는 국내 시장 신뢰 제고로 연결된다.

지난 30년 동안 약 10년 단위로 두 번의 큰 금융위기가 있었다.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니던 나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홍콩 페레그린에서 이사로 근무했고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는 서울 리먼브러더스은행 대표였다. 두 회사 모두 그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파산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새 직장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때의 생생한 경험은 직장생활 내내 큰 도움이 됐다.

두 번의 금융위기 모두 환율이 큰 폭으로 변동했고 많은 정부의 다양한 시장 개입이 있었다. 당시 시장에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은 정부가 환율 개입을 시작하는 순간 그 전에는 많아 보였던 외환보유액이 매우 빨리 소진된다는 사실과 무리한 시장 개입은 금리 급등, 기업 도산, 주가 폭락 등을 상당히 빨리 초래한다는 두 가지 사실이었다. 일단 위기가 시작되면 정부가 아무리 막으려 해도 거의 대책이 없다는 뜻이다. 정부는 왜 환율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할까. 이론적으로 보면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으로 물가, 금리, 환율 등이 결정되는데 이들은 서로 연관돼 있어 어느 한 가지만 통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시장 전체를 통제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자국 통화의 약세는 자국 수출품 가격을 낮춰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수입품 가격을 높여 국내 물가를 자극한다. 최근의 글로벌 경제는 저성장이 큰 걱정이고 물가 상승은 상대적으로 걱정이 덜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국 통화의 약세를 선호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의 미국 달러화 강세는 각국의 수출 경쟁력이나 수출입 가격 불균형보다 미국의 상대적 호황과 이자율 상승, 그리고 이에 따른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가 그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머징마켓 국가들은 해외 자본 유출 가능성을 고려할 때 자국 통화 약세를 마냥 선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급격한 위안화 절하는 상당한 리스크다. 완만한 절하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에 어느 정도 영향은 주겠지만 원화 환율도 위안화 움직임에 동조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각 기업 수준에서는 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는 우리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낮아지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급격한 해외 자본 유출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급격한 자본 유출의 현실화 여부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대한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에 달려 있다. 만일 이 신뢰가 확고하지 않다면 원화도 위안화를 따라 급격하게 혹은 더 큰 폭으로 절하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실제적 리스크는 수출입 등의 실물시장보다 자본시장에 있다고 할 수 있고, 자본시장에서의 대응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김준송 SC증권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