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들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12일 귀국을 앞두고 충청권 표심 다지기에 나섰다. 정계개편의 핵으로 떠오른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고향인 충북 음성을 방문하는 점을 감안해 충청발 ‘반풍(潘風)’ 차단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10일 대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방자치 강화와 과학기술 혁신을 골자로 하는 ‘충청 자치·혁신 선언’을 발표했다. 안 지사는 “광주에서는 통합 정신을, 강원도에서는 분단 현실에서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말씀드렸다”며 “제 고향 충청에서는 대한민국을 자치분권의 나라로 만들자고 제안드린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대통령과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정례적으로 협의하는 중앙·지방정부 지도자회의를 신설하고, 지방정부에 사법권과 자치경찰권 등 다양한 정부운영 권한을 주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전날도 남경필 경기지사와 함께 국회, 청와대, 대법원 등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행정수도 이전’ 이슈를 제기하며 충청권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도 반 총장 귀국 전날인 11일 충남 천안과 충북 청주를 방문한다. 특히 천안에서는 망향의 동산을 찾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묘소를 참배할 예정이다. 이어 전통시장에 들러 지역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듣는다. 청주에선 기자간담회와 상공회의소 회장단 간담회를 연다. 문 전 대표 측은 예정됐던 방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충청 출신이자 여권의 유력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반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방문 아니냐는 시각은 여전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방문 이후 첫 일정으로 지난 9일 충청 지역을 찾아 반 전 총장을 적극 견제했다. 그는 국민의당 대전·충청 시·도당 개편대회에 참석해 “충청은 국민의당의 고향”이라며 “처음 창당대회를 했던 곳이고, 카이스트 교수를 하면서 개인적으로도 인연이 깊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12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2일 출범 예정인 국민주권개혁회의 진로에 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반풍 막아라” 野주자들 줄줄이 충청행
입력 2017-01-11 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