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새로운 태블릿PC는 지난해 10월 최순실씨가 조카 장시호씨를 시켜 빼돌려둔 짐 속에 들어 있었다. “태블릿PC를 사용할 줄 모른다”는 최씨의 주장이 조카가 제출한 증거로 뒤집히게 된 셈이다.
10일 장씨를 변호하는 이지훈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독일에 있던 최씨는 장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사를 가려고 집에 놓아둔 짐이 있는데 맡아서 보관해 달라”는 취지였다. 최씨가 읊어준 짐 목록에는 금색의 삼성 갤럭시탭(태블릿PC)과 청와대에서 기념으로 받은 쌀, ‘비선진료’ 의혹을 받는 김영재 원장 부인 회사(와이제이콥스)에서 만든 화장품 등이 포함돼 있었다.
장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직원 2명과 함께 지시대로 짐을 뺐다. 태블릿PC가 있을 거라고 최씨가 일러준 장소가 금고였는지 서랍이었는지는 장씨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다. 장씨 변호인은 “당시는 문제가 이렇게까지 불거지기 전이었다”며 “장씨는 최씨가 서울 청담동의 다른 집에 이사가기 위해 짐을 빼 두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씨가 짐을 빼는 장면은 그대로 CCTV에 찍혔다. 특검은 지난 4일 이를 토대로 장씨를 추궁했다. 이모 최씨의 패물을 훔친 것 아니냐는 질문까지 나왔다고 한다. 결국 장씨는 태블릿PC가 포함돼 있었다고 인정했고, 장씨 아버지가 보관하고 있던 짐에서 태블릿PC를 찾아 변호사를 통해 특검에 제출했다. 최씨가 장씨에게 일종의 증거인멸을 지시한 셈인데, 선처를 바라는 장씨는 이모에게 등을 돌린 모양새가 됐다. 구속된 장씨가 아이를 빨리 만나고 싶어 자백을 하게 됐다는 말도 나왔지만 이 변호사는 “과장된 이야기”라고 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태블릿PC 이메일함에 데이비드 윤으로부터 온 영문 제목의 메일이 가득 들어 있었다고 한다. 특검은 포렌식 분석을 통해 태블릿PC 주인을 최씨로 추정할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그동안 태블릿PC를 사용할 줄 모르고 사용한 적도 없다는 최씨의 진술은 거짓일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장씨가 제출한 태블릿PC도 JTBC 보도 태블릿PC와 마찬가지로 최씨가 알지 못한다”며 “전문기관의 감정이 요청된다”고 밝혔다.정현수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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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장시호 통해 빼돌린 짐 속에서 찾았다
입력 2017-01-10 21:41 수정 2017-01-11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