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반기문 캠프’ 인사들

입력 2017-01-11 05:01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귀국 날짜가 다가오자 ‘반기문 캠프’ 인사들의 윤곽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반 전 총장 측근 인사들은 10일 서울 광화문의 한 빌딩에 있는 사무실에서 반 전 총장 귀국에 대비한 실무준비회의를 열었다. 김숙 전 유엔대사와 김봉현 전 호주대사,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이른바 ‘광화문팀’이 참여했다. 여기에 유창수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서성교·김장수 전 청와대 행정관 등도 참석했다. 미국을 방문해 반 전 총장에게 대선 전략을 보고했던 김숙 전 대사는 이날 오전 귀국하자마자 광화문 사무실로 출근해 회의를 주재했다.

이들은 반 전 총장이 12일 귀국한 이후 공항철도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 사당동 자택으로 이동하는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반 전 총장 측은 “지하철 안에서 시민들과 함께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형식”이라며 “서울역에서 승용차로 갈아타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지하철 이용은 ‘친(親)서민 행보’를 부각시키려는 포석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아니라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기자간담회’가 되거나 탑승자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 인사는 “안전 대책을 확실히 마련한다는 전제조건 아래 지하철 이동을 그대로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광화문팀 외에도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이 반 전 총장을 돕고 있다. 대변인을 맡은 이도운 전 서울신문 부국장 등 참모진은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빌딩 사무실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향후 일정 일부를 공개할 계획이다. 반 전 총장 측의 공식적인 첫 대언론 활동이다.

정치인 그룹은 정진석 박덕흠 이종배 경대수 성일종 등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이 반 전 총장을 돕고 있다. 정 의원은 충남 부여에서 의정보고회를 열고 “반 전 총장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반 전 총장과 지난달 나눈 대화 일부를 소개했다.

반 전 총장의 경제정책 밑그림도 공개됐다.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낸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따뜻한 시장경제’ ‘진화된 자본주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도’ 등 세 가지를 반 전 총장 경제정책의 키워드로 꼽았다. 곽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따뜻한 시장경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자발적인 부(富)의 재분배를 중시하는 ‘자본주의 5.0’을 추구하는 경제정책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약속했던 ‘버핏세’ 등 부자증세나 민간 비영리재단을 통한 저소득층 교육지원 프로그램(KIPP) 등이 참고 사례로 거론된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나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따뜻한 보수’와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곽 교수는 “진화된 자본주의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측면에서 기존 정치권의 경제정책과는 차별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제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반 전 총장 경제팀엔 외국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윤해 김경택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