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의 상술?… 월드컵 본선 48개국으로 늘린다

입력 2017-01-10 21:25 수정 2017-01-11 00:46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0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제1회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 시상식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2016 올해의 남자선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AP뉴시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참가국이 2026년부터 48개국으로 확대된다.

FIFA는 10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평의회(37명) 투표를 통해 2026년부터 월드컵 본선 참가국을 현재보다 16개국 늘린 48개국으로 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48개국 체제는 3팀씩 1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상위 2개 팀이 상위 라운드로 진출해 32강전부터 단판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이다. 월드컵 본선 출전국 확대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24개국에서 32개국으로 늘어난 지 28년 만이다.

현재 대륙별로 분포된 본선 티켓 수는 유럽 13장, 아프리카 5장, 아시아 4.5장, 남미 4.5장, 북중미 3.5장, 오세아니아 0.5장, 개최국 1장이다. 아시아의 경우 최소 7장은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FIFA가 월드컵 본선 참가국을 대폭 늘린 것은 축구시장 확대와 수입 증가를 노렸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축구계의 ‘엘도라도’로 떠오르고 있고 세계최대 인구를 보유한 중국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유럽 스타들과 감독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대표팀은 한국과 일본이 자동 출전권을 획득한 2002 한·일월드컵을 제외하곤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인도나 중동, 동남아 국가들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면 FIFA는 엄청난 스폰서 비용과 중계권료 수입을 챙길 수 있다.

영국 언론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2014 브라질월드컵의 경우 총수익은 40억 달러(약 4조 8200억원)였으나 48개국이 참여하는 2026년 월드컵에서는 수익이 65억 달러(약 7조 8000억원)까지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월드컵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소림축구’와 중동의 ‘침대축구’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약팀은 강팀을 상대로 수비 축구를 할 수밖에 없어 재미가 반감되는 부작용이 빚어질 수 있다. 심한 전력 차로 점수 차가 너무 벌어져도 문제다.

유럽에서는 진출국 확대에 대한 찬반논란이 벌써부터 거세다. 조세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FIFA 홈페이지를 통해 “경험과 능력이 없는 팀들은 조별리그 후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실력과 경험을 쌓게 된다. 본선에 진출함으로써 축구 인프라에 대한 투자 등 경제적인 보상도 더해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반면 FIFA 평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 취리히에 방문한 브라질 대표팀 출신 카푸는 “출전국이 많아지면 경기가 원 사이드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축구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요아힘 뢰브 독일 축구 대표팀 감독도 독일 제2국영방송사 ZDF와의 인터뷰에서 “팬들은 더 많은 경기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질적인 수준이 높은 경기를 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득보다는 실이 다소 크다는 지적이다. 안정적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를 수는 있겠지만 8회 연속 본선진출을 이뤄 보다 높은 목표를 내세우는 우리로서는 큰 메리트가 없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48개 팀이 되면 3개 팀씩 16조로 나뉘어 치르는 사실상의 예선전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

세 팀은 결국 FIFA 랭킹에 따라 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실을 고려하면 한국보다 순위가 높은 2개 팀이 올 가능성이 더 크다. 특히 유럽의 본선티켓도 지금보다 많이 배분될 것이 분명한만큼 유로대회 진출급 강호들이 대거 몰려오게 된다. 자칫 유럽과 남미의 강호가 한꺼번에 같은 조로 들어오면 한국의 32강 토너먼트 진출은 물론 원정 16강 진출 재현도 바늘구멍이 될 수도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앞으로 본선 진출국 확대에 따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열린 제1회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 시상식에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레알 마드리드)가 ‘2016 올해의 남자선수상’을 받았다. 또 말레이시아의 모하메드 파이즈 수브리(30)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가장 아름다운 골의 당사자인 ‘푸슈카시’ 상의 주인공으로 뽑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