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 조력 받은 상황 왜 답변 없나” 탄핵심판 주심, 답답함 토로

입력 2017-01-10 21:40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심 강일원 헌법재판관은 10일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서 박 대통령 측을 향해 “주심인 제가 드린 석명(釋明)에 답변이 없다”고 지적했다. 강 재판관은 “그 부분도 중요한 쟁점이고 피청구인(박 대통령)께서 제일 잘 아시는 부분”이라며 “대국민 담화로 말씀하신 부분인데, 이미 한 달이 넘었는데 왜 아무 말씀도 없으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강 재판관은 지난달 준비절차기일에서 박 대통령 측에 최순실(61)씨로부터 ‘키친 캐비닛’ 식 조력을 받은 정확한 기간과 방식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25일 대국민 담화를 자청해 “일부 연설문, 홍보물도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시인하면서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에는 의견을 들은 적 있으나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엔 그만뒀다”고 해명했다.

강 재판관이 답답해하는 사이 특별검사팀은 최씨가 쓰던 제2의 태블릿PC를 확보했다. 이 태블릿에는 최씨가 2015년 10월에도 대통령 말씀자료를 공유한 흔적이 있다. 보좌체계 완비 후 그만뒀다는 대국민 담화마저 거짓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헌재에 최씨의 조력 기간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이유 역시 거짓 담화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는 관측이 생겨난다.

그간 박 대통령 측은 헌재 석명에 응하는 대신 문건 유출의 근거가 된 기존 태블릿의 출처를 공격해 왔다. 강 재판관은 “피고인이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탄핵 사유 존부를 다투고 있다”며 “(무죄추정만 주장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어떤 부분은 사실이고 어떤 부분은 아닌지 말씀해주셔야 한다”고 다시 당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