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파키스탄 핵미사일 경쟁… 불안한 아시아

입력 2017-01-11 00:05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미사일 개발 경쟁이 연초부터 뜨겁다. 인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하자 2주 만에 파키스탄이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SLCM)을 쏘아 올렸다. 인도는 이에 질세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에 나설 예정이다.

파키스탄 해군은 9일(현지시간) 인도양에서 ‘바부르-3’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바부르-3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사거리 450㎞의 SLCM이다. 파키스탄의 첫 해상 핵미사일 발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파키스탄 군 당국은 “핵 억지력 강화에 한 걸음 더 내딛게 됐다”고 자평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인도의 핵미사일 수준을 따라잡으려는 파키스탄의 노력으로 양국의 군사적 긴장이 더 높아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바부르-3 발사 수시간 전에 인도군 당국은 “파키스탄 접경 카슈미르에서 무장단체가 국경을 넘어와 민간인 3명을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 파키스탄 출신 무장단체의 카슈미르 인도군 기지 공격으로 군인 19명이 숨졌을 때 인도군은 파키스탄 정부가 비호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보복에 나섰다. 이후 지금까지 양측의 유혈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탄두 보유량은 100∼130기로 엇비슷하지만 핵미사일 기술은 인도가 앞서 있다. 인도는 2013년에 이미 SLCM 발사에 성공했고, 최근 ICBM을 두 차례나 쏘아 올렸다. 지난달 26일 시험발사한 ICBM ‘아그니-5’는 1t 이상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고, 사거리 5000㎞로 중국 북부 지역까지 타격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이 실전배치되면 인도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에 이어 6번째 ICBM 보유국이 된다.

인도는 또 전략핵잠수함 INS 아리한트에서 사거리 3500㎞의 SLBM ‘K-4’ 발사시험을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인도가 핵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파키스탄뿐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려는 차원이다. 이에 중국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아그니-5 발사 다음날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인도가 핵무기 탑재 가능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관련 결의에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인도가 핵실험을 포기해야 한다는 1998년 안보리 결의를 거론한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무기 경쟁은 북한의 핵 위협 때문에 가뜩이나 불안한 아시아에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탄두를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