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4대 재벌 정조준… “재벌적폐 청산하겠다”

입력 2017-01-10 18:05 수정 2017-01-10 21:16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자신의 싱크탱크인 ‘국민성장’이 개최한 재벌개혁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유력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재벌적폐 청산’ 공약을 내놨다. 사실상 경제 분야 대선공약이다.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해 재벌 총수의 전횡을 견제하고, ‘중대 반시장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의 사면권 제한 등이 골자다.

문 전 대표는 10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국민성장’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연 포럼에서 재벌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문 전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4대 재벌을 정조준했다. 그는 “30대 재벌 자산 비중에서 4대 재벌의 비중이 절반, 범4대 재벌은 무려 3분의 2에 달한다”며 “저는 재벌 가운데 10대 재벌, 그중에서도 4대 재벌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기업의 주주총회 등에서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서면투표제를 의무화해 총수 일가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노동자추천이사제를 공공부문에 먼저 도입한 뒤 이를 재벌기업에 확대 적용키로 했다. 재벌 총수가 회사에 피해를 입힌 사실이 드러날 경우 소액주주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대표소송 단독주도권’ 도입도 공언했다.

재벌 총수의 범죄행위에 대한 강력한 응징도 예고했다. 문 전 대표는 “재벌의 중대 경제범죄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다”며 “중대한 반시장범죄자는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법정형을 상향해 재벌 총수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통령의 사면권도 제한하겠다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정경유착 행태도 뿌리 뽑겠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 준조세금지법’을 만들어 기업을 권력의 횡포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창구로 활용된 미르·K스포츠재단 불법모금 사례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또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지침)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공공기금 가입자의 손해가 예측되는 상황임에도 연기금이 정권의 입맛에 맞춰 ‘찬성 거수기’ 노릇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취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 사례를 막기 위한 일종의 ‘이재용 방지법’이다.

문 전 대표는 산업용 전기료 현실화와 재벌기업의 조세감면 제도 폐지·축소,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 상향, 재벌의 금융업체 소유 제한 등도 공약했다. 또 당내 기구인 ‘을지로위원회’를 검찰·국세청·공정위·감사원 등이 참여하는 정부 조직으로 편성하겠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재벌 저격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촛불시민이 건전한 시장경제를 만드는데도 주역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문 전 대표 말은 상황을 정확하게 짚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가 ‘실천할 수 있는 것만 공약해 실천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나라가 이 꼴이 됐다”며 “약속보다 실천 의지와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최승욱 정건희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