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박(친박근혜) 핵심에 대한 인적 쇄신 칼날을 드러냈다. 그는 “스스로 결정해 책임져라. 안 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 윤리위가 당의 법”이라고 했다. 일단 탈당을 권유한 것이지만 거부 시 윤리위를 통한 강제 조치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탈당 범위에 대해서도 “둘일지, 셋일지, 넷일지 모르겠다. 제한적 인적 청산”이라고 못 박았다.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서청원 의원은 “승복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특히 최경환 의원은 “탈당하라는 말은 탄핵을 당연시하고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라는 말”이라며 거부했다. 친박 인적 청산을 ‘박근혜 지우기’로 규정하고 핵심 지지층 결집을 노린 전략이다. 양측이 평행선만 내달리며 정면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인 위원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및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전날 상임전국위원회가 어렵사리 개최된 점을 언급하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패거리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들”이라고 서·최 의원 등을 정조준했다.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이건 ‘인명진 대 서청원’의 대결이 아닌 ‘당 대 개인’의 대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설 연휴 전 출당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국민이 말씀하시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김문수 비대위원은 “가장 명예로운 건 스스로 탈당하는 것이고, 안 되면 죽는다는 각오로 제명 등 여러 방법으로 쇄신해야 한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인 위원장이 언급한 청산 대상으로 서·최 의원과 윤상현 의원 등이 거론된다.
서 의원은 오후 의원총회에서 공개발언을 요청하며 인 위원장 면전에서 공세를 퍼부었다. 그는 인 위원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사가 우릴 범죄자 취급하는데 우린 범죄자가 아니다”며 “강압적 독선과 독단을 끝낼 때까지 계속 가겠다”고 반발했다. 비공개 회의 때는 “탄핵반대 의원들이 주류를 이루는 당에서 태극기 집회 참석도 위원장 허락을 받느냐”(김진태 의원) “상임전국위를 이렇게 운영하면 안 된다”(지상욱 김태흠 의원) 등의 지도부 성토 발언도 이어졌다.
최 의원은 페이스북에 “무조건 대통령을 지우고 대통령을 부정하는 일에 동참하라고 강요하는 일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친박 인적 청산에 동조하는 게 오히려 박 대통령을 버리고 도망가는 일이라는 논리다.
당 지도부와 핵심 친박의 대결은 양측의 완강한 입장으로 결국 실력행사를 통해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 지도부는 친박 핵심들이 자진 탈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윤리위를 통한 징계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는 청산 대상을 최소화하며 핵심 친박계와 범친박계의 갈라치기 전술도 펼치고 있다.
핵심 친박들 역시 인 위원장과 당 지도부 등에 대한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지도부의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며 친박계 의원 포섭 작업에도 나섰다. 지도부와 핵심 친박 갈등이 깊어지자 당 내부에선 “냉각기를 갖자” “양측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인명진 “제한적 인적청산”… 버티는 서청원·최경환
입력 2017-01-10 18:09 수정 2017-01-10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