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박 경제’ 효과… 마윈도 “일자리 100만개” 약속

입력 2017-01-10 17:59 수정 2017-01-10 21:3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에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함께 걸어가다 취재진을 향해 마윈 회장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트럼프는 마윈이 미국 내 일자리 100만개 창출을 약속하자 "정말 위대한 기업가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AP뉴시스
협박을 무기 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트럼프노믹스’가 또 한번 통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일자리 100만개를 약속했고, 일본 자동차회사 도요타는 100억 달러(약 11조9670억원) 투자를 공언했다. ‘관세 압박’에 화들짝 놀란 미국 기업들은 ‘리쇼어링’(reshoring·국외 생산기지의 본국 이전)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에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일자리 창출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는 회동 후 취재진에게 “마 회장과 훌륭한 미팅을 했다. 우리 둘은 대단한 일을 할 것”이라며 “마 회장은 정말 위대한 기업가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나란히 자리한 마 회장은 “미국 소기업과 농부가 생산한 상품을 알리바바의 플랫폼을 통해 중국과 아시아에 유통해 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특히 미 중서부 지역의 100만 소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 등 자사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해 미국산 상품을 판매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형태의 로드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번 회동은 통상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성사됐다. 마 회장이 양국의 긴장 완화를 위해 구원투수로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마 회장은 지난해 CNN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똑똑한 사람”이라며 “중국과의 관계를 무시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얼마 전 트럼프에게 직격타를 맞은 도요타는 이날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석 중인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향후 5년간 미국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도요타 측은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교도통신은 “이번 결정은 트럼프의 압력에 응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지난 5일 도요타의 멕시코 공장 신설을 언급하며 “미국에 공장을 세우지 않을 거면 비싼 국경세를 내라”고 으름장을 놨다.

미국은 물론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마지못해 트럼프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앞서 트럼프는 포드, 제너럴모터스 등 자동차 회사들에 국외 공장 이전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포드는 멕시코 공장 건설을 포기하고 미시간주에 공장을 신설키로 했다. 트럼프의 트위터 공격에 이미 보잉과 록히드마틴은 각각 대통령 전용기와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의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불확실한 트럼프노믹스 시대의 생존 전략으로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선택하는 기업도 있다. 전날 자동차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는 2020년까지 10억 달러(1조1967억원)를 들여 미국 공장에서 2000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트럼프를 만나 미국 스타트업에 500억 달러(59조8350억원)를 투자하고 일자리 5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화려한 전리품과 달리 트럼프식 ‘기업 때리기’의 실질적인 효과는 미지수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보호무역 기조가 이어진다면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통상 마찰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협박으로 이뤄진 리쇼어링에 따른 생산비 부담이 장기적으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탠트럼(발작)’이 이미 현실화됐다는 우려가 크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