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억→ 7300만원… 불황에 ‘헐값’ 상가 매물 쏟아진다

입력 2017-01-10 18:38 수정 2017-01-10 21:19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부동산 경매 시장에도 ‘헐값’ 상가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제값의 10분의 1도 못 받은 부동산 매물 5건 중 3건이 상가였다. 상가 경매에 나설 땐 ‘미납 관리비 폭탄’을 조심해야 한다.

10일 지지옥션 자료를 보면 지난해 1년간 전국 부동산 경매에서 감정가의 10% 이하에 낙찰된 매물 68건 중 62.8%인 42건이 상업시설이었다. 특히 감정가 5% 이하에 낙찰된 매물은 13건 중 10건이 상가였다.

낙찰가율 10% 이하 상가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1, 2층 상가가 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상가는 각각 11∼15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의 5∼9%대에 팔렸다.

테크노마트 상가 매물 중 감정가가 3억3200만원으로 가장 높은 2층 한 상가는 지난해 5월 7.8% 가격인 2599만9990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이 가장 낮은 매물은 1층 상가로 감정가 2억3100만원의 5.5%인 1280만5000원까지 내려가서야 경매 시장을 벗어났다.

헐값 취급을 받은 상가 중 공인 몸값인 감정가가 가장 높은 매물은 인천 남구 용현동 청솔프라자 1층 상가 2곳이었다. 각각 감정가가 29억7700만원인 해당 상가는 둘 다 11차례 유찰 끝에 2.4% 수준인 7242만4000원과 7300만원에 팔렸다. 상가와 주택 등을 통틀어 지난해 낙찰된 부동산 매물 중 낙찰가율이 가장 낮았다.

지난해 낙찰가율 10% 이하 상가들은 평균 11차례 유찰됐다. 가격이나 수익성 면에서 그만큼 매력이 없었다는 얘기다. 서울 구로구 테크노마트 1층 한 상가는 8번째 경매에서 감정가의 13% 정도에 팔렸지만 낙찰자가 경매 보증금까지 내놓으며 최종 매입을 포기하는 바람에 다시 경매에 부쳐졌다. 이 상가는 3차례 더 유찰된 끝에 지난해 8월 감정가 3억400만원의 9.9%인 3000만원에 낙찰됐다.

가장 많은 유찰 횟수는 18차례로 4건 모두 아파트 상가인 광주 동구 금호계림 상가동 2층 매물이었다. 각각 감정가가 6100만원인 이들 상가는 2.5∼3.1% 수준(151만∼187만7000원)에 낙찰됐다.

최근 몇 년간 낙찰가율이 10%를 밑도는 부동산 매물은 상당수가 상가다. 상가 매물은 침체를 맞은 상권이나 쇼핑몰에서 한꺼번에 여러 건이 경매에 나오는 경향이 있다. 상업시설은 상권과 경기 흐름에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부산 사상구 쇼핑몰 르네시떼에서는 2015년 한 해에만 상가 132건이 각각 감정가의 10% 미만에 낙찰됐다. 2014년에는 경기도 부천 뉴코아중동백화점 2층 한 상가는 감정가가 1900만원으로 저렴한 편이었음에도 13차례 유찰되며 1.1% 가격인 21만2000원에 낙찰됐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상가 매물은 밀린 관리비를 낙찰자가 떠안게 될 수 있다”며 “심한 경우 공동 관리비가 2억원 가까이 연체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낙찰받아도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관리비만 납부하고 임대도 안 될 수 있다”며 “싸다고 가격만 보고 들어가지 말고 상권 회생 가능성 등을 재차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