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 70주년 행사 참석차 중국을 국빈 방문한 와중에도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에게 전화해 “포레카 매각 절차에 문제가 있으니 해결 방법을 찾아라”며 강하게 질책했다는 진술이 10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한국 정상 최초로 천안문 성루에 올라 인민해방군 열병식을 지켜봤다. 동맹국인 미국의 부정적 기류 속에서도 한·중 밀월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술대로라면 동북아 외교의 전환점이 된 중요 순방에서 대통령이 회사 가치(자본 총계)가 33억원에 불과한 포스코 계열 광고대행사 포레카 매각 문제를 챙기고 있었던 셈이 된다. 포레카는 최순실씨가 계속 눈독을 들이고 있던 업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차은택·송성각 등 국정농단 피고인 5명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포레카 강탈 미수 연루자들의 진술조서를 대거 공개했다. 안 전 수석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 당시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에 중국에 계시면서 제게 전화를 했다. (포레카) 매각 절차 자체에 문제가 있으니 포스코 권오준 회장 등과 협의해 해결 방법을 강구해 보라고 하면서 강하게 질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 전 수석은 “제가 바로 권 회장에게 전화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생각이 안 나지만 결론은 포레카 매각이 꼬였다는 것이었다”며 “이후 박 대통령에게 매각이 순조롭지 않다고 보고하니 대통령이 ‘왜 순조롭지 않으냐’고 말했다”고도 진술했다.
차은택씨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게 “콘진원 내 좌편향 세력을 색출하라”고 지시한 내용도 공개됐다. 검찰이 제시한 수사기록에 따르면 송 전 원장은 “차씨가 ‘영화진흥원에 좌편향 세력이 많이 있듯 콘진원에도 좌편향 세력이 많다’고 말했다”며 “콘진원장 취임 전후로 좌편향 세력을 색출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송 전 원장은 차씨의 광고 클라이언트(고객)로 인연을 맺었다. 차씨가 최씨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최씨 측근으로 알려진 김영수씨를 포레카 대표이사로 추천한 건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다는 정황도 공개됐다. 권 회장은 검찰 조사 당시 “조 수석이 김씨를 채용해 달라고 전화했다”며 “경제수석이 전화해 (포레카 대표로) 임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 자체가 압력이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권 회장이 ‘안 전 수석의 외압에도 불구하고 정상적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고 진술해 (차씨 등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차씨와 송 전 원장은 “포레카 인수 과정에서 한상규 컴투게더 대표를 협박·강요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반면 함께 기소된 차씨의 지인 김경태씨는 “공소사실의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한다”며 “한 대표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재판부의 판단을 바란다”고 고개를 숙였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朴 대통령, 2015년 中 방문때 안종범에 전화 “포레카 매각절차 문제… 해결하라” 질책
입력 2017-01-11 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