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1만명 배상금 100억대 ‘슬쩍’

입력 2017-01-10 18:29
공군비행장 소음피해 소송을 대리해 승소한 뒤 주민 1만여명에게 줘야 할 100억원대 배상금을 떼먹은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심우정)는 서울 서초구 A법무법인 대표 최모(56) 변호사를 업무상횡령과 사문서변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최 변호사는 2004년 8월 대구 K2 공군비행장 인근 주민 1만여명을 모집해 국가를 상대로 전투기 소음피해 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이기면 최 변호사가 취득금액의 16.5%를 성공보수로 받는 조건이었다. 1심 법원은 2007년 8월 원고 승소 판결하면서 그해 7월까지는 연 5%, 이후부터는 연 20% 비율의 지연이자 지급을 명했다. 이 선고는 2010년 12월 확정됐다.

최 변호사는 승소 판결금 362억여원을 국방부로부터 자기 명의의 통장으로 받았다. 6년 넘게 소송이 진행되면서 지연이자도 100억원대로 불어났다. 그는 주민들이 지연이자를 잘 모르는 점을 악용, 이자를 자신이 챙기기로 했다.

최 변호사는 약정된 성공보수(28억여원) 외에 지연이자 142억여원까지 챙기고 나머지 금액만 주민 1만384명에게 분배했다. 횡령한 돈은 사무실 운영비 및 빚 변제, 주식 투자 등에 썼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2011년 9월 지역 언론에서 의혹 보도가 나오자 성공보수에 지연이자까지 포함됐던 것처럼 약정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검찰은 전국 공군비행장 소음피해 배상금 지급 과정에 이중 수령 등 일부 부정행위가 있었던 사실도 파악하고 실태 조사 및 환수 절차를 밟고 있다(국민일보 2016년 10월 19일 1·3면 참고).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