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한계’ 상징 볼펜용 철강볼, 中 104억 투자해 마침내 국산화 성공

입력 2017-01-11 05:09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 1월 한 좌담회에서 “중국은 철강이 넘쳐나 공급과잉 상태지만 정작 볼펜심에 쓰이는 스테인리스강 등 고품질 철강재는 여전히 수입하고 있다”며 중국 제조업계 현실을 개탄했다.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고 화성 탐사까지 계획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볼펜을 만들지 못하는 현실은 중국 제조업의 허상을 상징해 왔다.

마침내 완전한 중국산 볼펜 생산이라는 리 총리의 소원이 이뤄지게 됐다.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은 저장성 닝보의 볼펜 제조업체인 베이파 그룹이 자국 철강업체로부터 볼펜심용 스테인리스 강선을 공급받아 완전 국산화한 볼펜을 개발 중이라고 10일 보도했다. 베이파가 공급받는 업체는 스테인리스강 생산업체인 타이위안강철. 이 업체는 5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지난해 9월 2.3㎜의 일정한 두께로 사출되는 볼펜용 스테인리스 강선 합금에 성공했다.

베이파그룹은 현재 공급받은 강선으로 볼펜 끝 ‘볼’을 제조해 실용화를 위한 시험을 진행 중이다. 동일 각도에서 볼펜심은 연속으로 끊김 없이 800m의 선을 그을 수 있어야 한다. 이미 6차례의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베이파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2년 안에 중국에 수입되는 볼펜심용 철강을 완전히 국산으로 교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3000개가 넘는 볼펜 회사들이 매년 380억개의 볼펜을 생산해 세계 수요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볼펜심용 스테인리스강과 생산설비, 잉크 등의 90%는 일본과 독일, 스위스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1년 볼펜 국산화를 중점 연구개발 사업으로 선정하고 2014년까지 6000만 위안(약 10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볼펜 재료장비의 연구개발에 나섰다. 한국도 1963년 모나미153 볼펜의 첫 생산을 시작했지만 크롬강으로 만든 볼의 국산화는 75년에 이뤄졌다. 중국 언론들은 볼펜 국산화 소식을 전하며 “중국은 제조대국이지만 제조강국은 아니다”며 “볼펜은 중국 제조의 실질적 가치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