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부 한국 화장품에 대해 수입불허 결정을 내리자 국내 화장품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40%에 달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에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의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한 제품 28개 중 19개가 한국산이라는 점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까지 한국산 식품과 화장품에 대해 중국 질검총국이 통관 거부 조치를 내린 사례도 148건에 달했다. 2015년 전체 130건과 비교하면 훨씬 늘어난 수치다.
화장품 업계는 한국과 중국의 사드 갈등이 화장품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중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세계 1위다. 특히 한국 화장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41%에 달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중 화장품 수출 규모는 2013년 2억7831만 달러(약 3327억원)에서 2015년 10억8743만 달러(약 1조3000억원)로 크게 성장했다.
다만 중국정부의 이번 수입 거부 조치가 ‘사드 보복’과 관련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제재 대상에 국내 대형 업체들은 별로 없고, 신생 업체들 제품이 대부분인데다 제재 이유도 터무니없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국내 주요 화장품 업체의 제품은 불합격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두 업체의 경우 매출 변동도 크지 않은데다 제품 수출 절차에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시행하고 있던 규제들이기 때문에 사드 때문에 강화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내 한국 화장품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있는 것에 대해선 우려가 적지 않다. 최근 중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 내 일고 있는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이 사실상 사드 보복 조치임을 인정한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 탓에 한류 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광고하던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최근 중국 내 인터넷 스타인 ‘왕훙(網紅)’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중국정부가 화장품 무역 장벽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중국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의 ‘화장품안전기술규범’이 새롭게 시행되면서 수출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유해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을 거부하고 안전한 제품을 수입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까다로운 검사를 이유로 들며 통관 절차를 지연시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안정적 공급망이 없는 중소 화장품 업계는 전량 폐기하거나 아예 제품 인도를 포기하는 등 피해는 더 큰 상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중국이 워낙 크고 중요한 시장이다보니 중국 쪽 요구에 맞춰서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피해가 커지고 있어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김혜림 선임기자 spring@kmib.co.kr
사드 ‘불똥’에… 속타는 화장품업계
입력 2017-01-11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