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설 경기에 서민 한숨쉬는데… 땜질식 명절대책

입력 2017-01-10 18:08 수정 2017-01-10 21:44

설을 앞둔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차갑기만 하다. 장바구니물가는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기 힘들다. 체불임금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청탁금지법 시행 여파로 자영업 폐업은 속출하는 상황이다. 반면 정부는 초과 세수를 달성하면서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서민경기 악화가 우려된다며 ‘설 민생대책’을 내놨지만 땜질 처방 일색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의 농축산물 가격정보 시스템(KAMIS)을 보면 10일 현재 계란 특란(중품) 30개 들이 1판의 소매가격은 9367원이다. 1년 전 5554원보다 68.7% 급등했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계란 1판 가격이 1만1000원을 넘어섰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영향인데, 가격이 치솟는 건 계란뿐만이 아니다. 라면·맥주·과자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줄줄이 올랐고 최근엔 소주 가격까지 상승했다. 일부 식당에선 소주·맥주 한 병에 5000원을 받고 있다.

저유가 시대가 끝나면서 자동차 연료비는 41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4% 상승했다. 경유는 2.8% 올랐다. 서울의 휘발유 가격 평균은 이날 기준 1614원으로 1600원대에 올라섰다.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설 대목에 대한 기대감은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고 청탁금지법까지 시행되면서 소비는 더욱 위축됐다. 국세청이 발간한 ‘2016 국세통계 연보’를 분석한 결과 2015년 하루 2000명꼴로 사업을 접었다. 연간 폐업률은 70%에 달했다.

근로자들은 또 그들대로 쓸쓸한 설 연휴를 준비하고 있다. 임금체불을 당한 근로자가 지난해 32만5000명을 기록했고, 체불임금액은 총 1조428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불야성이다. 지난해 말까지 세수 호조세가 이어졌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월호를 보면 지난해 1∼11월 정부의 국세수입은 총 230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3000억원 증가했다. 소득세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 명목임금 상승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7조3000억원 늘었고, 법인세는 전년 법인 실적이 개선된 영향과 비과세·감면 정비 효과가 맞물리면서 역시 7조3000억원 증가했다.

청탁금지법을 서민경기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판단한 정부는 설을 앞두고 부랴부랴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5만원 이하 선물세트를 늘리고 농·임협 특판장, 직거래 장터에서 성수품을 최대 30% 할인 판매한다는 한시적 조치가 골자다. 꽃 소비를 촉진한다며 책상 위 꽃 화분 1개씩 놓기(1테이블 1플라워) 운동을 전개한다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지난해부터 이미 진행한 대책이다. 공영 홈쇼핑 내 우수 농식품 코너를 고정 편성하고, 수산물 전용 프로그램도 개설하기로 했다. 드라마 간접광고(PPL)와 온라인 배너까지 동원해 설맞이 행사를 홍보한다는 대책도 들어갔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