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에서 나무껍질 모양의 사마귀가 계속 자라나는 희귀질환에 걸린 방글라데시 남성이 1년 동안 16차례나 수술받은 끝에 두 손을 정상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고 미국 CNN방송 등이 10일 전했다.
방글라데시 남서부 쿨나에서 인력거꾼으로 일하던 아불 바한다르(27)는 10세 때부터 ‘사마귀상 표피이상증(Epidermodysplasia Verruciformis)’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양손을 온통 사마귀가 뒤덮어 나무 형상으로 변해버렸다. 이 병은 전 세계적으로 발병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한 질환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남성 1명이 이 병으로 숨졌다. 바한다르가 4번째 환자다. 그는 증상 악화로 혼자서 음식을 집을 수도, 양치질이나 샤워를 할 수도 없게 됐다. 생업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가난 때문에 치료를 엄두도 못 내다가 지난해 초 다카의과대학병원을 찾았고 정부 지원으로 수술을 받게 됐다. 이 소식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고 바한다르는 ‘나무인간’, 그의 질환은 ‘나무인간병(tree-man disease)’으로 불렸다.
수술에 돌입하기 전 바한다르는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싶고, 내 딸을 안을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바람은 결국 이뤄졌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16차례 수술을 통해 무려 5㎏에 달하는 사마귀를 떼어냈다. 수술 책임자인 사만타 랄 센 박사는 “바한다르는 손을 써서 식사하고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며 “그는 이 희귀질환의 첫 번째 치료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모양을 다듬는 수준의 경미한 수술만 몇 차례 더 남았다. 바한다르는 한 달 뒤쯤 퇴원할 예정이다.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지만 이제 괜찮아졌다”며 “세 살배기 딸을 무릎에 앉혀놓고 같이 놀 수도 있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저주가 다시 찾아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딸을 안을 수 있는 소원 이뤄”
입력 2017-01-1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