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화폐를 다른 나라 돈으로 바꾸는 글로벌 외환거래가 2001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글로벌 무역이 정체된 데다 헤지펀드의 투기적 거래가 감소하고, 글로벌 은행들의 탈(脫)대형화 전략이 맞물린 결과다. 전문가들은 시장심리 위축에 따른 ‘환율 쏠림’ 현상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 글로벌 외환거래량을 하루 평균 5조1000억 달러로 집계했다. 2013년 5조4000억 달러보다 줄었다. 2001년 이후 3년 주기로 발표하는 BIS 통계에서 외환거래량 축소는 처음이다. 달러화는 3년 사이 하루 평균 2200억 달러가량 거래 규모가 감소했다. 유로화는 2000억 달러, 엔화는 1400억 달러 정도 거래가 줄었다.
국제금융센터는 외환거래 축소의 주된 원인으로 세계 교역의 성장세 둔화를 꼽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하는 세계경제성장률은 2014년 3.4%에서 2015년 3.2%, 지난해 3.1%(예상치)로 하락세다. 글로벌 교역증가율은 2014년 3.8%에서 2015년 2.6%, 지난해 2.3%(추정치)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2014년 종료되고, 연방준비제도(Fed)가 2015년 말과 지난해 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달러화를 다른 돈으로 바꾸는 외환거래 자체가 줄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금융위기 이후 헤지펀드들이 수익률 하락에 노출되며 외환거래를 줄이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외환거래량 감소를 은행 부문의 탈대형화 및 탈글로벌화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라마다 금융규제가 강화되면서 대형 은행인 바클레이스는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사업을 철수 혹은 축소했다. 도이체방크는 남미, 골드만삭스는 보험 분야 등에서 후퇴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외환시장에서 은행의 시장 조성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며 “유동성 감소 및 거래 편중 현상이 동반되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교역 둔화되니… 지구촌 외환거래 처음 줄었다
입력 2017-01-11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