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이 많았는데, 또 받았다. 이 상은 계속 글을 써도 된다는 의미 이상이다. ‘넌 아직 살 수 있어’라는 희망의 선고 같다.”
문학사상이 주관하는 2017년 제41회 이상문학상 대상이 중견 작가 구효서(60·사진)의 중편소설 ‘풍경소리’에 돌아갔다. 1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가진 수상자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예순에 상을 받는 감회를 오래 털어놨다.
그는 “글 쓰는 양이 현저히 줄어드는 선배나 동료 작가를 보면서 위기감을 느꼈다. 맨손으로 절벽을 기어오르는 느낌으로 물리적으로 양을 채워나가는데 온힘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감각이 타고난 예민함에서 기인한다 생각했는데, 나이 드니 전적으로 체력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자전거 타고 작업실로 가고, 술 줄이고, 담배를 끊는 등 건강관리에 더 신경을 쓴다. 눈물겨울 정도”라고 덧붙였다. 또 “육십갑자 한 바퀴 돌았으니 한 살이나 마찬가지다. 다시 어린이로 돌아가는 느낌과 각오로 글을 쓰겠다”고 피력했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마디’로 등단한 구 작가는 이듬해 문학사상에 취직했다. 그때 이상문학상 제정에 관여했다는 그는 이 상을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웃었다.
수상작 ‘풍경소리’는 산사를 배경으로 미혼모의 딸인 주인공 ‘미와’의 정체성 찾기가 주제다. 우리가 듣고 기억하는 ‘소리’를 통해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을 던진다. 구 작가는 “오감과 관련된 감각소설 5편을 구상했는데, 이 책은 그 첫 권”이라고 말했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집 ‘확성기가 있었고 저격병이 있었다’, 장편 ‘나가사키 파파’ ‘랩소디인 베를린’ 등이 있다. 이효석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받았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나이 예순에 또 상… 삶에 대한 희망의 선고 같다”
입력 2017-01-10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