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일 헌법재판소에 세월호 당일 행적을 담은 15쪽 분량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1일 만이다. 답변서에는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53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총 7시간37분의 행적이 적혀 있다. 짧게는 3분, 길게는 41분 단위로 박 대통령의 대응 등이 나타나 있다. 지난해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내용을 보완한 형식이다.
답변서를 보면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 국가안보실로부터 세월호 침몰에 대해 첫 보고를 받았고 오후 2시50분 피해가 심각함을 인식했다. 박 대통령이 구조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한 후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에게 철저한 승객 구조 등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과 7차례 전화 통화한 것도 공개했다. 이런 사실을 들어 대통령이 직무를 유기해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했다는 국회 소추위원단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답변서를 보면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히 알 수 있다. ‘이게 나라냐’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세월호가 전남 진도 맹골수도에서 표류하기 시작한 시간은 오전 8시50분이었고, 108도까지 기운 것은 오전 10시17분, 뱃머리만 남기고 침몰한 시간은 오전 11시30분이었다. 이 장면들은 TV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됐다. 그런데 국가안보실은 참사 발생 후 1시간10분에야 대통령에게 첫 보고를 했다. 사태의 심각성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 3시간30분이나 지나서야 인식했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다. 박 대통령은 국가안보실 등으로부터 긴급한 보고를 받은 상황에서 오후 4시10분까지 관저 집무실에만 있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TV도 없는 집무실에서 6시간17분 동안 있었던 셈이다. 수백명 학생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초대형 국가적 재난을 진두지휘해도 시원찮을 판에 말이다. 이러고서 어떻게 국민의 생명권을 지켰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이 박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했다면서 관저에 출입한 사람은 간호장교와 미용 담당자뿐이라고 하는 등 답변서 곳곳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도 있다. 최원영 당시 고용복지수석과 10분간 통화한 기록은 증거로 제출하면서도 김장수 실장과의 통화기록은 내놓지 않았다. 답변서는 상당 부분 대통령이 주장하는 세월호 참사 당일 보고·지시에 대한 것만 기재돼 있다. 세월호 침몰에 대한 대통령의 최초 인지 시점도 불명확하다. 짜깁기 수준의 부실 답변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헌재도 “답변서 내용이 부족하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하루빨리 제출하고 헌재에 출석해 ‘세월호 7시간’을 직접 밝힐 필요가 있다. 이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사설] ‘세월호 7시간’ 답변서… 의혹 해소하기엔 부족하다
입력 2017-01-10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