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전통적 산업 구조와 선단식 경영 모델이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트럼프 월드’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이헌재(사진) 전 경제부총리는 1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EY한영 신년 경제전망 세미나’에 주제발표자로 참석해 “한국경제가 정말로 큰 난관에 봉착했다. 개발경제 시절의 선단 구조를 가진 상황에서 조선, 해운 같은 중후장대한 산업의 붕괴는 곧 노동시장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부총리는 EY 아시아태평양지역 상임고문이다.
이 전 부총리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년층 복지비 부담, 중국 소비시장 침체, 가계부채 부담, 내수 불황 등이 우리 경제를 전방위로 압박한다고 지목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불확실성, 보호무역주의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세계는 전인미답의 ‘트럼프 월드’에 들어가게 됐다. 27년 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세계시장을 향해 문을 열었다면 트럼프는 이제 미국 시장의 문을 닫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뚜렷한 성장엔진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이 위기이자 기회라고 역설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새로운 돌파구로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공적 인프라’를 조성하고 기업은 창업자적 시각에서 연구·개발(R&D) 투자와 인수·합병(M&A)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 전 부총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오뚝이 사회’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활력의 무게중심이 50, 60대에서 30, 40대로 대폭 낮아져야 하고 이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창업과 재도전을 반복하는 일이 쉽고 즐거운 일이 되는 ‘리바운드(Rebound)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패자부활전 개념을 넘어 실패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이헌재 前 부총리 “선단경영 성장 걸림돌 트럼프노믹스 큰 부담”
입력 2017-01-10 18:10 수정 2017-01-10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