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러다 정말 한국경제에 퍼펙트 스톰 오는 것 아닐까

입력 2017-01-10 18:39
경기가 어렵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 정도가 외환위기 직전보다 훨씬 나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대한상의가 9일 발표한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68로 조사됐다. 전기보다 무려 18포인트나 떨어졌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4분기 BSI는 97이었고, 직후인 98년 BSI는 60∼70대였다. 더욱이 조사 대상 기업의 50.6%는 보수적 경영을 하겠다고 답했고, 49%는 채용을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줄이겠다고 말했다. 채용 계획 자체를 세우지 못했다는 답변도 22.7%나 됐다.

투자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기업의 존재이유이자 사회적 책무다. 그런데 투자는커녕 생존에만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방증하듯 지난해 12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00명 줄었고, 같은 시점 소비자심리지수는 94.2로 조사됐다. 제조업 취업자수가 줄어든 것은 7년2개월 만이고,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이다. 기업, 개인 모두 최악의 불황터널에 갇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침체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국내 요인으로 ‘정치 갈등에 따른 사회혼란’을, 대외 요인으로는 ‘중국의 성장 둔화와 보호무역 확대’를 가장 많이 꼽았다. 문제는 국내 및 대외 요인 모두 기업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닐 뿐더러 갈수록 더 심각해질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심지어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한미경제학회 포럼에서 “한국경제는 소비 투자 수출의 세 가지 성장 기둥이 동시에 무너져 내리는 ‘퍼펙트 스톰’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인들은 인기 영합성 정책을 내놓고 있고, 관료들은 눈치 보기 바쁘다. 일부 관료는 유력 대선주자 줄서기에 나섰다는 말도 들린다. 탄핵 정국에 대선 정국까지 겹치면서 경제는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공무원들마저 손을 놓고 있다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나라경제야 거덜 나든 말든 상관없다는 것인가. 알다시피 경제는 선제적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 타이밍을 놓친 정책은 효과는커녕 독이 될 수 있다. 지금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그 폐해는 차기 정권에서 나타날 것이고, 차기 정권을 두고두고 괴롭힐 것임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