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리고 있는 국회 국조특위의 국정농단 청문회는 거짓말과 부인의 연속이다. 재벌 총수, 정치인, 여타의 참고인 모두 녹음기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의혹에는 입을 다물거나 잘 모른다고 부인한다. 국민들의 분노는 계속 치솟아 오르고 있고, 청문회에서 위증 혐의로 고발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가 권력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 최고의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정직하지 못한 것인지 하는 실망과 절망감마저 들게 된다.
물론 누구나 극단에 몰리면 거짓말뿐 아니라 그 어떤 지푸라기라도 잡아서 거기서 빠져 나오고 싶어 할 것이다. 살아남고자 하는 본능이 쉽게 진실을 부인하고 도덕성을 저버리게 만들 것이다.
이것은 비단 우리 사회의 문제만은 아니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닉슨은 은폐를 지시했다. 청문회에서 닉슨의 부보좌관이 닉슨 집무실에서 모든 대화를 녹음했다고 폭로했지만, 닉슨은 자신의 잘못을 밝히고 사과하는 대신 은폐부터 하려 했다. 닉슨은 계속해서 녹음테이프 원본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얘기하며, 비서의 실수로 녹음테이프가 훼손됐다는 거짓말까지 했다. 이후 삭제됐다던 원본테이프가 의회에 제출되며 닉슨의 거짓말이 밝혀졌고 탄핵이 가결된다. 미국인들은 닉슨이 권력을 남용하고 비리를 은폐하려 했으며,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분노한 것이다.
빌 클린턴 스캔들 사건에서도 대통령이 행한 부적절한 관계도 문제지만, 그보다 그가 계속 부인했던 초반의 거짓말에 국민들은 더 분노했다. 클린턴이 스캔들을 부정하는 위증을 했고 르윈스키에게도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특검 수사가 본격화됐다. 결국 탄핵 위기에까지 몰리게 됐다. 이후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되면서 클린턴은 백악관을 간신히 지키게 되기는 했지만 그가 정직하지 못하다는 인상은 지우기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사회계층이 높을수록 도덕성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너무나 많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잃을 게 많은 권력층은 끝까지 부인하고 진실을 은폐해서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려 한다. 아울러 지위가 높은 경우는 눈치를 봐야 할 윗사람도 거의 없다. 어느 정도 자율성과 독립성이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타인을 덜 의식하게 되고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해하는 노력도 덜하게 되면서 자기 본위가 되기 싶다. 자신의 과오 앞에서도 내가 무얼 잘못했는지 객관적 판단이 결여되기도 한다. 또한 모든 초점이 자기에게 맞춰 있다 보니 자신의 부도덕한 행동에 대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정당화와 함께 죄책감을 가지지 못한다. 내가 누구인데, 내게 감히라는 특권의식은 내가 잘못한 게 아니고 그 잘못을 지적하고 들추고 있는 상대를 더 비난하게 만든다. 결국 잘못한 사람이 더 큰 소리를 치면서 도리어 자신이 억울한 피해자라고까지 생각하게 된다. 당사자는 실제로 그렇게 믿으면서 정당한 문제 제기마저 자신을 음해하려고 조작된 것이다, 정치적 보복이다 등등으로 자신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게 된다. 결국 이런 자기 정당화가 바로 권력의 힘인 것이다. 권력은 타인에게 힘을 가하는 것을 넘어서서 결국 자기중심적인 정당화를 하게 만드는 그런 힘을 자기 자신에게도 가하게 된다.
청문회에서 계속 부인과 부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권력자들과 지식인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과연 정상적으로 작동해 왔던가 의심하게 되고 그들이 지닌 그 특권의식이 어느 정도로 강력했는가 실감하게 된다. 그들이 가진 그 권력의 힘이 사회를 병들게 하고 결국 자신을 파괴시키고 있음이 안쓰러울 뿐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청사초롱-곽금주] 권력가들이 더 진실하지 않다
입력 2017-01-10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