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 클리프트의 음울한 매력과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빛나는 아름다움이 흑백화면을 가득 채웠던 ‘젊은이의 양지’(1951),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 콤비의 서부극 ‘내일을 향해 쏴라’(1969), 스티브 매퀸의 후기 대표작 ‘빠삐용’(1973),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 맞대결을 펼친 현대판 누아르 ‘히트’(1995), 그리고 2013년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노예 12년’. 장르도 제각각인 데다 무려 60년이 넘는 타임 스팬을 아우르는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사실에 기초한(based on a true story)’ 혹은 ‘사실에서 영감을 얻은(inspired by true events)’ 영화들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실화영화’들은 오늘날 할리우드의 주류가 됐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 거론되는 8개 작품 중 절반이 실화영화다. 2007∼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를 다룬 ‘빅 쇼트’(애덤 매케이), 대자연에 내팽개쳐진 인간의 생존 및 복수기인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알레한드로 이냐리투), 냉전시대 스파이 교환작전을 그린 ‘스파이 브릿지’(스티븐 스필버그) 등. 지난해에도 후보에 오른 8편 중 4편이, 또 그 전해에도 9편 중 6편이 실화영화였다.
그러나 실화영화에는 비판이 따른다. 얼마나 사실을 충실하게 재현했느냐는 시비다. 데이비드 매캔들리스라는 기자가 최근에 나온 14편의 실화영화를 장면마다 실제와 꼼꼼히 비교 조사했다. 그 결과는? 전반적인 사실도가 60∼90%로 나타났다. 그중 가장 비사실적인 영화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해독에 성공한 영국 수학자 겸 컴퓨터 개발의 선구자 앨런 튜링의 이야기인 ‘이미테이션 게임’(모텐 틸덤)이었다. 영화는 튜링의 일과 인간관계, 성격 등을 멋대로 왜곡하는가 하면 무엇보다 튜링이 간첩혐의를 받았다는 완전한 가공의 부분을 집어넣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부턴 ‘실화에 기초했음’ ‘실화로부터 영감을 받았음’ 따위의 문구는 아, 그래? 하고 그냥 지나치는 게 마음 편하겠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104> 실화영화의 허구
입력 2017-01-10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