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인적청산’ 승기… 핵심 친박 저항에 내홍 심화

입력 2017-01-10 00:34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 안상수 상임전국위 임시의장, 박맹우 사무총장(왼쪽부터)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상임전국위원회 회의에서 비대위원 임명안을 통과시킨 뒤 손을 맞잡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인적 청산을 추진 중인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상임전국위원회 개최를 통한 비대위 출범에 성공하며 핵심 친박(친박근혜)계와의 대결에서 승기를 잡았다. 인 위원장은 최고의결기구인 비대위 진용을 갖추면서 당 장악력을 높이고, 쇄신 드라이브의 동력도 얻게 됐다.

그러나 서청원 의원은 법적 대응에 돌입했고, 이날 회의에 대해서도 ‘원천 무효’를 주장해 극심한 당내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 위원장은 지난 6일 실패했던 상임전국위를 사흘 만에 재소집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정우택 원내대표와 이현재 정책위의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박완수 의원을 비대위원으로 인선하는 안건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서 의원 등은 이번에도 조직적으로 회의 저지에 나섰다. 인 위원장은 회의에 불참한 친박계 여성위원 4명과 청년위원 2명을 면직하는 방법으로 재적위원을 51명에서 6명 줄이는 강수를 뒀다. 이 조치에도 정족수 23명(정원 45명의 과반)에 한 명이 부족해 5시간가량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해외시찰 후 귀국한 이철우 의원을 인천공항에서 마중해 회의장으로 데리고 온 뒤에야 마지막 정족수를 채웠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많은 장애물을 넘고 (회의장에) 와야 한다. 오다가 사고가 난 사람도 있다”며 “이곳에 오는 길이 그렇게 험하다”고 비꼬았다.

인 위원장은 10일 첫 비대위 회의와 의원총회를 열고 구체적인 쇄신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당 안팎에선 윤리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핵심 친박에 대한 당원권 정지 등의 징계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원내대표는 “(청산 대상) 평가를 듣는 사람들은 스스로 판단할 때가 왔다”며 “스스로 거취 문제를 정리해 주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핵심 친박들의 반발은 더욱 완강해졌다. 서 의원은 “당헌·당규상 갑자기 상임전국위 정원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며 “정당사에 없던 일로, 원천 무효”라고 비판했다. “4·19혁명 원인이 됐던 ‘사사오입’ 부정선거에 버금가는 폭거” “공산당에서나 있을 폭거” “인 위원장의 친위 쿠데타” 등 비판 수위도 거셌다.

서 의원은 이날 인 위원장이 탈당을 강요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정당법 위반 및 명예훼손, 강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하고, 직무정지가처분신청서도 제출했다.

당 분열도 가속화되고 있다. 초선의원 30여명은 “인 위원장의 혁신 방향을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상욱 의원은 “또다시 줄을 세우고 세몰이 하는 사당화 모습을 보여준 인 위원장과 (인적 쇄신의) 원인 제공 대상이 된 두 분(서청원 최경환 의원)이 함께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인적 청산 범위를 놓고 2차 고비를 맞을 가능성도 높다. 인적 쇄신을 서·최 두 의원 탈당으로만 마무리 지을 경우 야권의 비판이, 다른 의원들로 확산될 경우 친박계의 저항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 쇄신이 지연될 경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귀국과 맞물린 대규모 2차 탈당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