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존재를 처음 인정했지만 자신과의 관련성에 대해선 “특검에서 저를 왜 빨리 소환조사해서 그런 것들을 밝히지 않는지 의아하다”고 재차 부인했다.
조 장관은 9일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7차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와 작성 관여 여부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자 이같이 항변했다. 차라리 특검 조사에 출석해 사실관계를 가리고 싶다는 의미다. 그는 계속되는 의원들의 압박에도 “블랙리스트 작성·전달 경위는 전혀 모른다”며 기존 입장만 반복했다.
블랙리스트의 존재에 대해서는 마지못해 수긍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의 집요한 ‘자동응답기식 추궁’ 때문이었다. 이 의원은 조 장관에게 “나는 한 가지만 묻겠다”고 못 박았다. 그는 다른 질문 없이 5분간 17차례나 “블랙리스트가 있느냐 없느냐”며 호통을 쳤다. 조 장관은 “특검에서 조사 중”이라며 계속 말을 흐리다 나중에는 질려버린 듯 헛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가 헌법상 국민에게 허락된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조 장관은 오전 청문회에 ‘그간의 증언과 다른 증언을 하면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는 것’이라며 출석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조 장관이 지금까지 국정감사를 통해 37차례나 위증했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위원회가 동행명령장을 발부하자 오후 청문회에 뒤늦게 출석했다.
청문회에선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의 추가 폭로도 이어졌다. 참고인으로 나온 노 전 부장은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했느냐’는 질의에 “독일에 있을 때 한 차례 있었다”고 답했다. 최순실씨가 자신을 “박 대통령과 ‘굉장히 좋은 언니동생’ 사이”라고 했다는 사실도 증언했다.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해선 “운동선수로서 자질이 없었다. 몸 관리나 트레이닝보단 여가시간을 더 많이 즐겼다”고 했다.
최씨와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의 친분을 보여주는 크리스마스카드도 공개됐다.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은 최씨가 ‘전추씨 메리 크리스마스, 새해에는 꼭 시집가세요’라고 적어 보낸 카드 문구를 읽으며 “이런데도 윤 행정관은 헌법재판소에서 ‘최씨를 개인적으로 모른다’고 위증했다”고 했다. 이어 “윤 행정관의 휴대전화에는 최씨 딸이 ‘정유연(정유라 개명 전 이름), 016 번호’로 입력돼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딸이 삼성장학생으로 유학갔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위는 증인으로 출석한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의 답변 내용 등을 문제 삼아 ‘이사장 사퇴 권고 결의안’을 의결했다. 김성태 위원장은 “국민에 사죄하는 마음을 담은 선물(사퇴 권고)을 받아주겠나”고 했고, 정 이사장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조윤선 “특검서 왜 빨리 안 부르는지 의아”… 노승일 “정유라, 운동선수로 자질 없었다”
입력 2017-01-10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