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퇴행성척추후만증

입력 2017-01-10 05:00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이렇게 시작하는 동요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꼬부랑 할머니가 그리 낯설지 않다. 아니, 오히려 친근하고 푸근한 외갓집 할머니의 상징 같기도 해서 정겹기까지 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겐 허리 한번 펴고 살기가 힘든 게 요즘이라, 허리가 굽은 노인들이 유독 눈에 더 들어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꼬부랑 할머니들이 받는 고통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선 아무도 모른다. 속칭 꼬부랑 할머니 병으로 불리는 ‘퇴행성 척추후만증’은 한 평생 자식을 돌보고 쪼그린 자세로 논밭일이며, 집안일을 하느라 척추 뼈가 망가진 엄마들의 직업병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최근 국내 한 종편채널에서 방영 중인 ‘엄마의 봄날’이라는 프로그램의 MC이기도 한 필자가 촬영차 시골에 내려가면 제일 먼저 접하는 풍경이 허리 굽은 엄마들이 그토록 안 좋은 상태에서도 힘겹게 일을 하는 모습이다.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지극한 모성애 때문에 당신의 허리쯤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 않고 한평생 자식들을 위해 몸을 혹사시켜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제는 관성이 돼버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그 생활을 접기도 어렵게 됐다는 사실이다.

척추후만증은 주로 좌식 생활을 많이 하는 동양인들, 특히 여성에게서 발견되는 퇴행성 척추질환이다. 다양한 척추질환 치료법의 등장으로 이 병은 이제 간단한 시술이나 수술로 쉽게 고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신경성형술로 불리는 치료법만 하더라도 병원 방문 당일 시술을 받고 이후 집에 돌아가 신전근(허리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 굽은 허리를 편 사례가 많다.

2017년 정유년은 60간지 중 34번째에 해당되는 붉은 닭의 해이기도 하다. 우렁차게 아침을 알리는 닭의 기운에 힘입어 이 땅의 허리 굽은 엄마들이 활기를 되찾게 됐다는 소식이 많이 퍼지길 바란다. 자기 몸은 돌보지 않은 채 농사며 가사며 오직 자식들 뒷바라지 때문에 맘껏 쉬지도 못한 우리의 엄마들이 마음 속 굽은 허리까지 쫙 펴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글=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