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전달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를 받는 전직 고위 관료 4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블랙리스트 연루자들의 사법 처리가 본격 시작됐다.
특검팀은 9일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의 사전구속영장을 한꺼번에 청구했다. 구속 여부는 11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김 전 수석은 2014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반(反)정부 성향 문화계 인사들의 명단을 문체부로 내려보내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 전 차관과 신 전 비서관은 블랙리스트 작성 실무를 담당한 혐의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9월까지 문체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청와대에서 받은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고 예산 지원 배제 등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본 적 없다”고 위증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토대로 특정 문화계 단체나 인물, 사업 등에 예산 지원을 끊거나 줄인 정황을 상당 부분 파악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고위 공무원들이 이런 명단을 작성하고 집행한 행위는 국민의 사상 및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리스트 작성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기춘(사진)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도 이르면 이번 주부터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특검팀의 시선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으로도 향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의혹을 포함해 최순실(61)씨 일당의 국정농단 행위를 추적하다 보면 그 끝에는 두 기관의 이름이 거론되는 경우가 많다. 청와대는 각종 부당한 지시의 진원지로, 국정원은 청와대의 지시가 원활히 이행되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배후 조율 역할 등을 수행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특히 국정원 정보가 블랙리스트 작성에 동원된 정황이 관련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블랙리스트 관련 실체 규명을 위해서는 국정원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화예술 단체의 동향을 국정원과 공유했다는 문체부 내부자의 증언까지 나왔다.
특검팀은 청와대 압수수색 시기도 고민하고 있다. 특검팀이 박 대통령이 관련된 새로운 범죄혐의를 인지해 수사에 들어가면서 청와대 압수수색 대상과 범위가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 및 국민연금공단의 삼성 계열사 합병 찬성과 관련해서 박 대통령 직접 개입 의혹이 불거졌고, 이미 전·현직 청와대 인사 다수가 특검팀의 조사를 받았다. 박 대통령과의 연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특검팀이 추가로 확인해야 할 청와대 관련 부서도 계속 늘어나는 셈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현재 특검팀 각 부서에서 수사 중인 사안의 진행상황을 고려해 청와대 압수수색 범위와 대상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나성원 기자 nyt@kmib.co.kr
블랙리스트 ‘몸통’ 지목 김기춘·조윤선 이번 주 소환된다
입력 2017-01-10 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