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보는 세상 음악에 담아… 재즈, 담백하고 진솔 굉장히 매력적”

입력 2017-01-10 17:34
최근 정규 2집 음반을 발표한 가수 이동우. 그는 새 앨범의 모든 노랫말을 직접 썼다. 이동우는 "살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낸 음반"이라고 소개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이자 개그맨인 이동우(47)는 후천성 실명 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으로 2010년 완전히 시력을 잃었다. 하지만 이동우가 지난 연말 내놓은 정규 2집 ‘워킹(Walking)’을 듣고 있으면 그가 여전히 살가운 ‘마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가령 타이틀곡 ‘톡탁’은 이렇게 시작한다.

‘새까만 선글라스 새하얀 지팡이/ 톡탁톡탁 길을 걸으면/ 바람을 타고 온 고단한 다람쥐/ 내 머리 위에 누워 잠을 자고/ 하늘엔 돌고래들/ 짝을 지어서 지지베베 지지베베/ 난 흰 지팡이 지휘자….’

최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이동우를 만났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매니저로부터 음반을 건네받더니 앨범 속지에 사인부터 했다. 취재진에게 자신의 사인 CD를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사인하는 게 불편하지 않은지 묻자 “전혀 문제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음반은 이동우가 1집 ‘스마일’(2013)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앨범이다. 총 10곡을 담았는데, 재즈에 기반을 뒀지만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노래들로 채웠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톡탁’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혼용한 뮤직비디오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뮤직비디오 연출은 배우 유지태가 맡았다.

“사람들이 재즈라고 하면 어려운 음악이라고 여기는데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음악이 재즈예요. 이번 음반을 통해 재즈가 쉬운 음악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톡탁’ 못지않게 듣는 이의 가슴을 울리는 음악으로는 첫 번째 트랙을 장식한 ‘사랑이 있었다’를 꼽을 수 있다. 이동우는 특유의 중후한 음색으로 이별의 시린 아픔을 노래한다. ‘…후, 한숨에도 세월은 돌아오지 않아/ 내 눈에 내 두 손에 가슴에/ 메마른 이 바람 속에도/ 사랑이 있었다 그땐.’

이동우는 “내 목소리가 (어둡고 슬픈) ‘마이너 성향’이어서 ‘사랑이 있었다’ 같은 곡이 내겐 더 어울리는 편”이라며 “타이틀곡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랑이 있었다’에 애착이 간다”고 했다. 이어 “이런 음색으로 예전에 어떻게 댄스 노래를 불렀는지 모르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동우는 1993년 S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그룹 틴틴파이브 멤버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시력을 잃은 뒤에도 활동을 쉬지 않았다. 라디오를 진행하고 연극과 영화에 출연했으며, 2013년에는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에 출전, 완주에 성공하며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그가 재즈에 입문한 시기는 2011년이었다.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재즈 보컬 웅산으로부터 “재즈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은 게 계기였다. 이동우는 남들처럼 악보를 볼 수 없어 ‘몸으로’ 재즈를 배워야 했다. 많은 노래를 듣고 부르며 재즈의 문법을 익혔다.

그는 “재즈는 담백하고 진솔한 음악”이라고 강조하면서 “재즈를 듣고 부르다보면 살아있다는 느낌, 무언가가 내 속에서 꿈틀거린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굉장히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1집을 낼 때 많은 분들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조금씩,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겠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정체돼 있거나 퇴보하지 않고 꾸준히 앞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아마도 2집을 듣는 분들은 제가 지난 3년간 조금은 전진했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