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위안부 합의’ 재협상?… 대선 핫이슈

입력 2017-01-09 17:41 수정 2017-01-09 21:22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옆에 9일 ‘소녀야 울지 마, 너를 지켜줄게’라고 적힌 팻말이 놓여 있다. 오른쪽 사진은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항의 의미로 귀국하기 위해 김포공항에 들어서는 모습. 그는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윤성호 기자

한·일 양국 정부 간 위안부 합의 문제가 차기 대선의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위안부 소녀상 철거 요구 이후 국민적 공분이 커지면서 위안부 합의 자체를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추후 어떤 식으로든 이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국민 정서를 감안하면 재협상 불가피론이 힘을 받을 수 있지만 향후 국제 외교무대에서의 신뢰도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여야 대권주자들은 일본 측의 부산 주한 일본총영사관 소녀상과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야권 후보들은 합의 무효화, 재협상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위안부 합의를 일본과 재협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 총영사 일시 귀국 조치와 한·일 통화 스와프 협상 중단 등 일본의 반발을 거론하며 “도대체 우리 정부는 일본과 무슨 합의를 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의 소녀상 설치까지 막겠다고 약속했다는 건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분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 다른 야권 주자들 역시 합의 폐기, 원점 재협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여권 후보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재협상에 찬성한다.

여권 유력 후보로 분류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모호한 입장이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재직 당시인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고 했다. 반 전 총장 측 인사는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국제 갈등 조정 역할을 했던 반 전 총장이 파국으로 가지 않고 이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다만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고조된 국민의 반일 감정이 그대로 이어질 경우 반 전 총장을 비롯한 대선 주자들은 위안부 합의 재협상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정부가 최근 소녀상에 대한 대응 수위를 올려가는 점을 감안하면 이 문제는 대선 과정 내내 뜨거운 감자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합의 파기 시 부작용이다. 한·일 양국 정부가 2015년 12월 28일 합의 당시 ‘불가역적’이라고 명시한 문제를 재협상하자고 요구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행위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으로의 외교 활동에도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북핵 문제 등에서 긴밀한 한·미·일 3각 공조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여권 관계자는 “양국의 국익을 감안해 당장 ‘강 대 강 충돌’은 막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경택 김현길 기자 ptyx@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