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건강보험공단은 월세 보증금 500만원을 근거로 이들 모녀에게 매월 5만원의 건보료를 꼬박꼬박 부과했다. 이처럼 별다른 소득이 없는데도 보증금, 자동차 등을 엮어 건강보험료를 물려왔던 불합리한 건보료 부과체계가 고쳐진다.
정부는 지역 가입자의 재산, 자동차에 매겨지던 건보료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종합소득에 대한 부과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무임승차’ 논란이 큰 피부양자는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보건복지부는 9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업무추진계획 보고회’에서 이런 내용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방향을 공개했다.
현재 건강보험은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 지역 가입자에 대해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 보험료를 매긴다. 직장 가입자는 월급 등 소득을 기반으로 보험료가 정해지지만 지역 가입자는 소득이 전혀 없어도 주택, 자동차 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해 형평성 논란이 제기돼 왔다.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의 주택 지하에 세들어 살다 생활고로 세상을 마감한 ‘송파 세 모녀’의 경우 월세 보증금이 재산으로 책정돼 다달이 5만원가량의 건보료를 내야만 했다.
복지부는 취약계층의 부담이 큰 항목부터 우선 개선키로 했다. 전월세 보증금을 재산으로 반영하고 성별과 나이 등에도 점수를 매겨 실제 부담 능력과 관계없이 건보료가 부과되는 문제를 먼저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직장인과 지역 가입자 모두 공평한 기준에 따라 보험료가 책정되도록 할 방침”이라며 “보험료 변동 대상자와 변동 폭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 수는 서서히 줄이기로 했다. 현재는 이자 수익과 연금 소득이 각각 연간 4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피부양자로 등재될 수 있어 종합소득이 꽤 있더라도 건보료를 내지 않고 부양자에 ‘무임승차’할 수 있다. 복지부는 구체적인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내용을 오는 23일 국회와 공동 공청회를 열어 공개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내놓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절충 과정에서 최종 개편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복지부는 이날 오는 7월 학대 등 위기아동 발굴을 위한 ‘e아동행복지원 시스템’ 구축 방안 등도 보고했다.
글=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송파 세 모녀’ 울린 건보료 부과체계 확 바꾼다
입력 2017-01-09 17:42 수정 2017-01-09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