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은행권 실적 ‘급제동’

입력 2017-01-09 18:21 수정 2017-01-10 13:49

고공비행을 하던 은행권이 ‘순익 절벽’ 앞에 섰다. 지난해 3분기까지 금융지주별로 누적 순익 1조원을 넘겼던 은행권의 4분기 실적은 대폭 하락할 전망이다. 3분기 순익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이란 예측이 제기됐다. 금융지주별 실적 발표는 설 직전인 이달 하순으로 예정돼 있다.

대신증권은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은행권 4분기 순익은 약 1조3000억원으로 3분기 대비 50.7% 감소할 전망”이라며 “시장 컨센서스인 1조9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라고 밝혔다. KB금융그룹 정도만 4분기에 5030억원 순익이 예상됐다. 신한금융은 3600억원, 우리은행은 1380억원, 기업은행은 2220억원 수준이었다. 외환은행 인수로 외환자산 비중이 높아진 하나금융은 순익이 대폭 하락해 20억원 정도일 것으로 예측됐다.

순익 감소의 직접 원인은 금리와 환율 상승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진행되며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에 올라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예고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채권금리는 상승(채권가치는 하락)했다. 이 때문에 각 금융그룹이 보유한 채권의 매각이익은 줄었고, 환율 환산 때 손실이 발생하는 등 비이자 부문에서 수익 축소가 예측된다.

더 큰 항목은 은행권의 대규모 명예퇴직 실시에 따른 판매관리비 증가다. KB국민은행에선 2800여명의 희망퇴직이 진행 중이다. 36개월분 월급을 지급하는 이번 희망퇴직으로 KB금융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86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지난해 742명을 감원한 하나은행은 4분기 2200억원을 부담한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오는 16일까지 부지점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최대 31개월분 급여를 지급하는 조건이어서 수백억원대 지출이 수반된다.

은행권의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23.8% 상승했다. 전체 코스피지수 평균 상승률보다 20% 포인트나 높은 실적이다. 저금리로 순이자마진(NIM)이 줄었음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 대출 상승, 부동자금 증가에 기인한 조달비용 감소 등이 실적 호조세를 이끌었다.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줄긴 했지만, 4분기에도 은행권 대출성장률은 1%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인 4분기에 부실채권 정리를 하기 때문에 보통 3분기보다 순익이 낮아지곤 한다”며 “희망퇴직이 끝나면 올해는 인건비가 줄어들어 순익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