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초등학교 전교생이 작가 됐다

입력 2017-01-09 19:57 수정 2017-01-09 21:36
2015년 ‘우리들의 행복 레시피’에 이어 지난해 ‘동화골 이야기 나무’를 펴낸 장수 번암초등학교 동화분교 학생들이 두 권의 책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동화분교 제공

“꿀이는 엄마의 왼쪽 팔을 베고 형은 오른쪽 팔을 베고 누웠어요. ‘자 이제 꿈나라로 출발!’ 꿀이는 달님에게 기도했어요. ‘달님, 내일이 늦게 왔으면 좋겠어요. 엄마랑 헤어지기 싫거든요.’ 달님이 꿀이의 기도에 귀를 기울였어요.” (1학년 박정훈군의 ‘엄마 만나는 날’)

전북 장수군 번암초등학교 동화분교 전체 학생이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책을 2년 연속 펴냈다. 이 학교는 전북지역 산골학교 중의 하나로 전교생이 10명뿐이다.

이 학교 박정훈(8) 학생 등은 최근 그림동화책 ‘동화골 이야기나무’(청개구리)를 출간했다. 표지에는 ‘동화분교 어린이 글·그림’이라는 활자가 찍혔다. 이들은 1년 전에는 ‘우리들의 행복 레시피’라는 산문집을 냈다.

이들 책은 동화분교가 2015년부터 실시한 ‘오감만족 꼬마 동화작가’ 프로젝트의 작은 성과물이다. 학생들은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눠 2주에 2시간씩 아동문학가인 박예분(52·여)씨로부터 글쓰기를 배웠다.

이번에 펴낸 ‘동화골∼’에는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본 동물과 식물·사람·사건에 상상을 더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10편의 단편동화가 실려 있다.

6학년 오은택(13)군은 ‘나홀로 입학에서 졸업까지’란 이름으로 ‘대연’이란 주인공을 내세워 지난 6년간의 학교생활을 되돌아봤다. 오군은 9일 “학생 수가 없어도 할 수 있는 운동은 거의 다 해봤고 학원이 없어도 거의 모든 악기를 다뤄본 것 같다”며 “우리가 사랑하는 동화분교, 꼭 이 학교를 지켜 달라”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1년 전 출간한 산문집에는 17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주변 생활을 통해 행복을 느꼈던 경험을 떠올리며 일상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학생들을 지도한 박예분씨는 “어린이들의 눈과 귀를 통해 마음에 새긴 다양한 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재미있고 풍성했다.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뜻밖에 받은 기쁜 선물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틀에 한 번 아침에 책을 읽어준 김안나(37·여) 교사는 “책의 곳곳에 드러난 아이들의 생각과 말투에서 신선함이 느껴진다”며 “어느새 아이들이 어엿한 작가가 되어 있었다”고 뿌듯해했다.

장수=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