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암동에 있는 서울미술관(이사장 서유진) 관람객이 지난해 15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1년 평균 관람객이 3만∼5만명인 다른 사립미술관의 2∼3배 수준이다.
지난 4일 서울미술관에서 만난 설립자 안병광(61·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젊은이들과 소통하려 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개관 4년 만에 거둔 이 같은 성과는 안 장로의 꿈과 노력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보통 미술관하면 나이 든 사람, 돈 많은 이들이 찾는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미술관은 모든 세대, 특히 젊은이들이 와서 놀다가는 놀이터 같은 곳이 되길 바랐다”고 했다. 현재 전시 중인 기획전 ‘비밀의 화원’도 동명 소설을 테마로 삼는 등 젊은 관객들을 겨냥했다.
안 장로는 미술과 무관한 사람이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던 그는 1988년 의약품유통회사인 ㈜유니온약품을 설립했다. 이 사업체를 연매출 4000억원, 10위권의 의약품 유통업체로 성장시켰다.
그런 그가 미술과 인연을 맺은 것은 ‘황소’라는 그림 한 장 때문이었다. 83년 영업사원 시절 한 액자가게에서 본 황소 그림에 반해 당시 돈으로 7000원을 주고 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작품은 그림이 아니고 사진이었다. 진짜 그림을 찾아보니 가격이 기와집 한 채 값이었다. 이 그림이 이중섭의 대표 작품 ‘황소’였다. 안 장로는 사업가로 성공한 후인 91년 이 작품을 35억6000만원에 샀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미술관을 짓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꿈은 현실이 됐다. 한 점, 두 점 사 모은 200여점을 보관할 곳이 필요했고 ‘황소에게 소 외양간을 지어주자’는 생각도 들어 2012년 미술관을 세웠다.
안 장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꿈이라고 했다. “재능이나 노력만 갖고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재능, 노력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꿈을 꾸느냐 입니다. 미술관을 짓겠다는 꿈을 꾸니까 그렇게 됐습니다.”
꿈을 꾸는 법은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에게 배웠다. “25세 때 처음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갔는데 그때 ‘꿈을 꾸라’는 목사님의 설교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오늘 월세 살던 사람이 3년 후에 전세로 가지 못하거나 전세 살던 사람이 집을 못 사면 우리 교회에 나올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기복신앙’이라고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 메시지를 ‘아멘’으로 받았습니다. 그때 꾼 꿈들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서울미술관에는 부대시설로 흥선대원군 별서인 석파정이 있다. 본래 철종 때 영의정인 김홍근의 소유였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이 ‘임금이 하루라도 묵은 곳은 민간인이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해 아들 고종을 이곳에 머물게 한 후 빼앗은 곳이다. 흥선대원군은 당시 천주교를 말살하기 위해 천주교인 8000여명을 죽였는데, 이곳은 그들의 피가 서린 곳이기도 하다.
안 장로는 2013년 이곳에서 ‘예수생애전’을 열었다. 외환위기 때 사들인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30점을 전시했다. 안 장로는 “‘감정’이 있는 땅을 예수 그리스도의 따뜻한 ‘감성’이 있는 땅으로 바꾼 것”이라며 “반전의 역사를 펼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망을 묻자 안 장로는 “미술관 운영이 쉽지 않지만 관람객을 보노라면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이 십분 이해가 된다”며 “앞으로 서울미술관이 한국의 문화를 융성하게 하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꿈으로 세운 미술관… 관람객 15만 돌파
입력 2017-01-09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