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는 “용병 농사는 한 해를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의 실력은 팀 성적과 직결된다. 실제 지난해 외국인 선수, 특히 투수가 제 역할을 한 팀은 모두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외국인 투수 두 명이 40승을 책임진 두산 베어스는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까지 차지했다. 새해 들어 외국인 투수 계약의 관심사항은 두산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사상 첫 연봉 200만 달러 시대를 여는지 여부와 한화 이글스의 더딘 행보에 모아진다.
결론적으로 니퍼트는 2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게 확실시된다. 두산은 니퍼트에 200만 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니퍼트는 200만 달러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양측이 200만 달러냐 그 이상이냐에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 뿐 외국인투수 200만 달러 연봉 시대를 니퍼트가 연다는 것은 기정사실화됐다는 의미다. 역대 외국인 선수 연봉 최고액은 지난해 한화 에스밀 로저스의 190만 달러였다.
두산 관계자는 9일 “니퍼트와 연봉 문제로 시간을 끌고 있지만 전지훈련을 떠나는 내달 1일까지는 결말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니퍼트는 2014년 150만 달러를 받았지만 이듬해 부상으로 자주 출전하지 못해 지난해 30만 달러가 깎인 120만 달러를 받았다. 와신상담한 니퍼트는 지난해 다승(22승)과 평균자책점(2.93), 승률(0.880)까지 3관왕에 오르며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한국시리즈서도 완벽한 투구를 선보여 명실상부한 KBO리그 최고 에이스로 우뚝섰다. 니퍼트는 이같은 실력을 바탕으로 지난해의 아픔을 만회하고 사상 최고액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소속 외국인선수와의 연봉계약만 남겨두고 있는 두산과 달리 한화 이글스는 10개 팀 중 유일하게 외국인 투수 두 명 모두 공석이다. 당초 지난해 NC 다이노스에서 뛴 재크 스튜어트와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몸값 문제로 뒤틀려졌고 결국 스튜어트와의 계약을 완전히 포기했다.
한화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한화는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알렉스 마에스트리를 시범경기 도중 영입했지만 중도 퇴출시켰다. 이어 데려온 파비오 카스티요와 에릭 서캠프도 부진했다. 외인투수에 대한 장고 끝에 악수를 둔 셈이다. 다만 한화는 외국인 투수 영입에 속도가 더디지만 굳이 조급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비록 지난해와 흐름이 비슷하지만 영입 시한 등을 최대한 활용해 외국인 투수를 신중하게 선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다”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탐색을 마쳤다. 조만간 새 용병 영입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0개 구단 중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 KIA타이거즈, SK 와이번스, 롯데 자이언츠는 외국인 선수 3명 선발을 완료했다. LG는 유일하게 지난해에 뛴 외국인 선수 세명 과 재계약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니퍼트가 해냈다, 용병 첫 200만 달러
입력 2017-01-10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