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 살배기 3명 중 1명이 사교육 받는다니

입력 2017-01-09 17:53
국무조정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가 내놓은 영유아 사교육 실태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연구소가 지난해 8∼10월 전국의 2세 아동 부모 537명과 5세 아동 부모 70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5세 아동의 84%, 2세 아동의 36%가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일부는 하루 일과의 4분의 1을 사교육으로 보내고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우리말을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영어니 수학이니 이런 것들을 가르친다고 교육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사회·정서발달이 시작되는 영유아기에 무분별한 사교육은 불안이나 우울, 공격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교육 열정은 남다르다. 농사짓는 데 긴요한 소까지 팔아 대학을 보낸다 해서 ‘우골탑’이 생겨났고 요즘엔 남편 월급만으론 대학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모골탑’까지 등장했다. 그러니 저출산 추세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데도 사교육비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2015년 기준 17조8840억원에 달한다. 빚내서 교육비를 쓰는 에듀푸어는 60만6000가구로 추정되며 직장인 10명 중 4명이 에듀푸어라고 답했다. 사교육 광풍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공교육 불신과 아직도 대학 간판이 성공을 보장해주리라는 그릇된 인식이 빚어낸 결과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선 공교육이 바로 서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부모들의 가치관도 바뀌어야 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해 내년이면 대학 입학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생 수를 앞지르고 2023년에는 대학 정원 미달이 16만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 이상 대학 문이 ‘바늘구멍’이 아니란 얘기다.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으로 2025년이면 지금 일자리의 61%가 대체된다. 세상은 이미 달라지고 있다. 수능을 치른 고3 학생들이 재수학원이 아닌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에 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