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제도는 예전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필자와 같이 학력고사로 대학에 입학한 세대는 더욱 그렇게 느낄 것이다. 간혹 어떤 이는 입시제도가 수수께끼처럼 복잡해진 점을 지적하며 단순히 학력고사 성적에 의해서만 대입 당락이 결정되는 그 시절이 좋았던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교육부는 얼마 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학생부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공정하게 기재해 학교생활의 온전한 종합기록으로 개선한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대학입시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는 교육부 발표에 반가움이 앞섰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다.
이번 개선 방안이 나온 배경에는 얼마 전 광주와 대구에서 발생한 학생부 조작 사건이 있었다. 유사한 조작이 또 있는지 전국 고등학교를 전수조사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학생부 기재 권한 관리를 매우 강조한 개선안이 나왔다. 항목별 입력주체를 훈령에 규정하고, 인증절차를 금융거래 수준으로 강화했다. 또 교육청이 학교의 권한 부여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했다. 방안대로 시행된다면 이제 학교가 부여하는 학생부 기재 권한은 더 철저하게 관리될 것이고, 담당이 아닌 교사에게 학생부 권한을 부여하는 사례는 근절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부 기재 방식은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개선할 거라고 한다. 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의한 학생 참여 수업, 과정 중심 수행평가의 확대 등에 따라 학생부의 서술식 항목별 특성에 맞게 학생의 활동을 상시 관찰 및 평가한 누가기록을 바탕으로 종합적·구체적으로 기록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표준가이드라인과 다양한 기재 예시를 통해 학교별 교사별로 기재 수준 차이는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대학 입학사정의 학생부 평가 요소 중 사실 중요한 요소가 아님에도 사교육 유발 등의 부작용이 있는 항목들이 이번에 개선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대표적인 예로 입시에 유리하다고 오해하고 있는 소위 ‘소논문(R&E)’ 등은 이번 방안에서도 학교 내에서 학생 주도적으로 연구를 한 내용을 기재하도록 하였다. 굳이 어렵게 또는 구구절절 기재하지 않아도 되는 항목에 대해서 그 기재 내용을 간소화해 교사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학생부 서술형 항목은 그 기재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야 하는데, 조금 염려되는 것은 일선 교사들의 기재 역량과 학부모의 인식이다. 다행히 교육부에서 교원을 대상으로 학생부의 철저한 관리와 책임 있는 기재 및 전문성 제고를 위한 연수를 실시키로 했다. 또 학부모와 입학사정관을 대상으로는 학생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도록 다양한 연수와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학부모의 경우 학교에 학생부를 정정해 달라고 부당하게 요구하면 위법행위가 된다는 점도 주지시키겠다고 한다. 이 연수가 해마다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진행된다면 분명히 학생부는 그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와 더불어 학교생활 기록 체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중장기 과제로 검토돼야 한다. 학생부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부담은 상당히 크고 학생부 종합전형을 앞두고는 더더욱 그렇다. 향후 중장기적으로는 학생 개개인의 학교생활에 담겨 있는 다양한 특성이 잘 나타나도록 온전한 종합기록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고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는 기록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물론 교사의 책임 있는 학생부 기재가 이뤄져야 하며 그 기재 부담도 지금보다는 줄어야 할 것이다.
이석록 한국외국어대 입학사정관
[기고-이석록] 대학입시와 학생부
입력 2017-01-09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