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2선 후퇴론’ 확산… 반기문 사람들 파워게임?

입력 2017-01-09 05:06
임덕규 ‘반사모’(반기문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앞줄 왼쪽 세 번째)과 회원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창립총회에 참석해 반사모 스카프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반사모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지지자 모임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병주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 내부에서 ‘외교관 2선 후퇴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무감각이 떨어지는 전직 외교관 출신들의 지나친 개입으로 혼선이 빚어진다는 비판 때문이다. 여권 내부와 반 전 총장의 친정인 외교부에서도 “전직 외교관들은 뒤로 빠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직 외교관들끼리의 알력 조짐도 엿보인다. 반 전 총장은 “12일 귀국 이후 외교관 출신들을 정리·개편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반 전 총장 측 내부에서는 전직 외무부 장관 출신 인사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팽목항 방문 등 확정되지 않은 일정이 공개돼 불필요한 혼란이 자초되는 진원지로 이 인사를 꼽는 분위기다. 반 전 총장 측 핵심인사는 “세계 최고의 외교전문가(반기문) 옆에 외교 참모들이 너무 많다”면서 “반 전 총장 선배들의 전횡은 대선 국면에서 화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권의 시선도 곱지 않다. 새누리당의 충청권 의원은 “외교관 출신 인사들이 반 전 총장의 대선 승리를 정말 원한다면 대선 과정을 정치·선거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외교부 관리는 “퇴직한 선배들이 ‘기회는 이때다’ 하듯이 나서는 것은 보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외교관 그룹끼리도 물밑 다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에서 반 전 총장 일을 책임지는 김숙 전 유엔 대사와 유엔에서 10년 동안 반 전 총장을 보좌했던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의 관계가 불편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무고시 12회 동기인 이들은 대선 전략과 관련해 시각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인사는 “두 사람은 반 전 총장 라인의 투톱”이라며 “이들 갈등은 주도권 다툼 성격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외교관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2선 후퇴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있다. 반 전 총장도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참모가 필요하며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외교관들이 그런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외교관 출신 인사는 “외교관 말고도 다양한 인사들이 반 전 총장을 돕고 있다”며 “외교관 출신들을 무조건 배제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 전 총장의 측근·자문그룹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권 행보의 핵심은 광화문팀으로 불리는 10인 회의체다. 김숙 전 유엔대사, 김봉현 전 호주대사,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이도운 전 서울신문 부국장 등이다. 광화문팀은 전략과 정책, 메시지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반 전 총장이 귀국 이후 이용할 서울 마포구 사무실을 계약한 김봉현 전 대사가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명환·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학자 등 10여명은 외교안보 정책의 밑그림을 그릴 ‘안보포럼’을 구성했다.

여기에 김인규 전 KBS 사장, 이규형 전 러시아대사, 백영철 한반도포럼 이사장, 박진·최구식 전 의원,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 등이 반 전 총장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이사장은 반 전 총장과 서울대 외교학과를 같이 다닌 사이다. 석 전 지검장은 검찰 개혁 방안 등을 자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관 출신인 심윤조 전 새누리당 의원은 반 전 총장 측과 여당 의원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도 반 전 총장과 가깝다. 반 전 총장은 12일 오후 귀국 이후 첫 일정으로 13일 아침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을 예정이다.

글=하윤해 김경택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