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1000일이 다 되도록 그날의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참사 당일 정부 당국이 왜 적극적인 대응을 망설였는지, 박근혜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중앙대책본부에 나타나기까지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밝혀진 게 없다. 갈수록 침몰 원인과 대통령 행적을 둘러싼 의혹만 늘어났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본 시민들은 광장에서 촛불을 들며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가는 없었다
안산 단원고 2학년이던 고 최덕하(사고 당시 17)군은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52분 119에 세월호 침몰 사실을 알렸다. 첫마디는 “살려주세요”였다. 세월호는 오전 8시48분부터 기울기 시작했다.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을 비롯해 476명이 타고 있었다.
국가는 최군의 구조 요청에 응답하지 못했다. 해경 123정이 오전 9시30분 현장에 도착했지만 승객이 아니라 선원부터 구조했다. 선원들은 배가 기울자 ‘현재 위치에서 안전하게 기다리라’고 방송하고 먼저 빠져나왔다. 해경은 9시45분 이후로는 사실상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 해군의 수상구조함인 통영함은 장비 성능 등을 이유로 구조작업에 투입조차 못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는 해경과의 핫라인을 통해 9시20분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10시 첫 서면보고가 전달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약 7시간이 지난 오후 5시15분 중대본에 나타나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물었다. 세월호는 이미 오전 10시31분에 완전히 전복됐다.
의혹을 키우는 국가
국가가 사라진 자리는 의혹과 진상규명 요구가 메우고 있다.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박 대통령의 밀회설, 굿판설까지 나왔다. 얼굴 사진의 시술 흔적을 근거로 미용주사를 맞고 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하며 스스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시민들은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 침몰 원인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한다. 정부는 과적, 조타 실수, 고박 불량, 선체 복원력 부실 등을 침몰 원인이라고 발표했었다. 네티즌 수사대 ‘자로’는 지난달 25일 8시간49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세월X’를 공개하며 ‘외력 침몰설’을 제기했다. 세월호가 외부의 무언가와 충돌하며 기울었다는 주장이다. 앞서 잠수함 충돌설, 암초 충돌설, 고의 침몰설 등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작업은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지난해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세월호 선체 인양 작업은 실패와 연기를 반복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2015년 출범한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해 9월 활동기간이 종료되면서 해산됐다. 2기 특조위가 출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7일 ‘4·16 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2기 특조위 출범을 기다리며 민간 차원에서라도 진실규명의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국가는 침묵, 의혹은 증폭… ‘4·16’ 아직 진행형
입력 2017-01-09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