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00일, 잠겨있는 ‘진실’… 서둘러야 할 ‘치유’

입력 2017-01-08 18:17 수정 2017-01-08 21:25
세월호 참사 1000일을 하루 앞둔 8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 시민들이 찾아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그 앞에 노란색 세월호 모형이 서 있다. 안산=윤성호 기자

세월호 참사 13일이 지난 2014년 4월 29일, 세월호 사고 유가족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월호 사고의 진상 규명을 정식으로 정부에 요청한다.”

9일은 세월호 참사 1000일 되는 날이다. 유가족의 요구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7일 촛불집회에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세월호 1000일, 7시간 진실 규명’이라고 적힌 종이푯말을 들고 참가했다. 당시 단원고 학생이었던 생존자 장예진(20·여)씨는 무대에 올라 “그동안 국가는 숨기기에만 급급했습니다. 국민 모두가 진실을 알고 있는데 말이죠”라고 절규했다. 무대 앞에 앉아 있던 유가족들은 눈물을 닦았다.

장훈 세월호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도 무대에 올라 “세월호 참사 후 흐른 1000일은 1000번의 4월 16일이었다”며 “지난 1000일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유가족과 시민들이 정부에 맞서 싸우며 견딘 날들이었다”고 토로했다. 검찰은 무리한 선박 증·개축, 화물 과적 등이 세월호 침몰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애초에 어떤 이유로 배가 기울기 시작했는지 등 정확한 침몰 원인과 구조를 하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촛불집회에서는 4·16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원회가 출범했다. 국민조사위는 지난해 9월 이후 해산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재구성을 촉구하고, 민간 차원에서 조사 활동을 이어간다. 국민조사위에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국민조사위는 창립선언문에서 “정부가 조사위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진실 규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겠다”고 밝혔다. 출범식에서 시민들은 ‘우리가 잊지 않기에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창립선언문의 마지막 문장을 함께 외쳤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갈등을 1000일이 되도록 해결하지 못하면서 사회 전반에 불신은 커졌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발생부터 이후 대응까지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모두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발생 당시 선장과 크루(선원)들의 행태는 어찌 보면 한국사회의 엘리트의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며 “또한 사건 이후에도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따지기보다 무조건 덮고 보는 식의 행위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는 집단적인 좌절감과 국가에 대한 불신을 낳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침몰하는 배를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극도의 무력감을 느꼈고, 이후 정부의 조사 활동에 대한 비협조와 방해를 직면하면서 불신은 더욱 극대화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불신을 해결하는 방법은 진상 규명뿐이라고 했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당시 어떤 일들이 구체적으로 일어났고, 누가 시시각각 책임을 지고 어떤 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사실 판단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상적인 수준에서부터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 교수는 “성역 없는 조사가 가장 시급하다”며 “한 점 의혹 없이 밝히는 조사가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임주언 기자 woody@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