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된 호텔 건물 철거 공사 현장에서 바닥이 무너져 인부 1명이 숨지고 1명이 지하 2층에 매몰됐다. 7일 오전 11시31분쯤 서울 종로구 톰지호텔 철거 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사고다. 이 호텔은 1984년에 지은 지상 11층, 지하 3층짜리 건물이다. 새로운 관광호텔 건설이 확정되면서 지난해 11월 철거를 시작했다.
대형 굴착기가 1층 벽을 철거하던 중 바닥이 갑자기 꺼지면서 지하 3층까지 한번에 무너져 내렸다. 기사를 태운 굴착기와 근처에서 물을 뿌리던 인부 3명이 순식간에 땅 밑으로 추락했다. 다행히 지하 1층에 떨어진 인부 김모(54)씨와 굴착기 기사 문모(42)씨는 사고 1시간 만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각각 오른쪽 정강이와 허리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지하 2층 깊이에 묻힌 김모(60)씨는 붕괴된 지 약 19시간 만인 8일 오전 6시58분에 발견됐다. 호흡과 맥박이 정지된 상태였다. 서울 중구 국립의료원은 압사에 따른 질식사로 판정했다. 청각장애가 있는 김씨는 말을 또박또박 하기 어려워 평소 동료들과 손짓으로 대화해 가며 일했다고 한다.
아직 찾지 못한 조모(48)씨를 구조하기 위해 경찰과 소방서는 인력 188명과 굴착기 2대 등 장비 36대를 동원해 콘크리트, 철근 등 건물 잔해물을 걷어내고 있다.
매몰된 조씨와 김씨는 황금인력이라는 인력업체 소속이다. 애초 철거는 신성탑건설이 맡았다. 신성탑건설은 철거업체 다윤CNC에 하청했고, 다윤CNC는 또다시 황금인력을 통해 인력을 모집했다. 대부분 철거 공사는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어 하청과 재하청을 거치며 영세 업체에 적은 비용으로 떠넘겨진다. 실행 업체는 철거 기간을 줄여야 돈이 남기 때문에 무리한 공사를 강행하는 구조다.
현장을 지켜본 서울시 관계자는 “상시고용은 부담이 되기 때문에 하청을 맡기는 일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서도 “어쨌든 지금으로선 공사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큰 굴착기를 투입한 게 화근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종로경찰서는 8일 신성탑건설 등 관련 건설사 조사에 나섰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종로 철거 공사장 붕괴사고 “살려달라” 말도 못하고… 청각장애 인부 매몰사
입력 2017-01-08 18:29 수정 2017-01-08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