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노래를 마치자 객석은 열광했다. 기립박수를 치는 관객들의 눈가는 다 젖어 있었다. 감동에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I pray you’ll be our eyes(하나님 당신이 우리의 눈이 돼 주시고), And watch us where we go(우리가 어딜 가든 지켜주소서)….”
지난 7일 저녁 KBS2TV를 통해 방송된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 프로그램이었다. 목 아래 모든 몸이 마비된 가수 김혁건(35)씨가 여가수 박기영(40)씨와 듀엣으로 열창한 뒤였다. 두 사람이 부른 노래는 캐나다 출신 팝스타 셀렌 디온이 이탈리아 성악가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와 부른 ‘더 프레이어(The prayer·기도)’였다. 하나님을 향한 간절한 기도의 마음을 담은 곡이자, 불운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김씨 자신의 소망이 든 노래이기도 했다.
김혁건·박기영 조는 이 곡으로 출연한 모든 가수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휠체어에 탄 채 양손과 양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김씨는 청중의 환호에 고개 숙여 감사를 전했다.
사고를 당하기 전 그는 록밴드 ‘더 크로스’의 리드보컬이었다. 4옥타브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고음에 멋진 외모를 자랑했다. 검은색 가죽 재킷과 가죽 장갑, 찢어진 청바지가 그의 전매특허였다. 언제나 반항기를 지니고 다닐 것 같은 청춘스타의 모습이었다.
2012년 김씨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를 몰고 달리다 마주오는 차량과 정면 충돌했고, 척추가 부러졌다. 경추 골절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2년여 입·퇴원을 반복했지만 몸은 회복되지 않았다. 어깨 밑으로 모든 부위의 감각을 다 잃었다. 혼자 밥도 먹지 못하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한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았다. 서울대 로봇융합연구센터장인 방영봉 교수팀의 지원으로 복식호흡장치를 이용해 다시 노래 부를 수 있게 됐다. 작은 소리 내는 것도 힘에 부쳤던 어느 날 아버지가 “목소리 한 번 크게 내봐”라며 배를 세게 눌렀다. 횡경막이 올라가면서 큰 소리가 났고, 방 교수팀이 이에 착안해 장치를 만들었다.
김씨는 2015년 10월 세례교인이 됐다. 온누리교회에서 세례받던 날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한다. 그제야 ‘하나님께서 내게 새로운 계획을 갖고 있었구나’라고 깨닫게 됐다. 요즘은 매주 주일예배는 물론 ‘소그룹모임’도 빠지지 않는다. 교회 목회자의 일대일 양육을 받으며 성경공부에도 매진 중이다.
“더 프레이어란 곡은 제겐 찬송이에요. 삶에 지친 분들에게 저처럼 몸도 꼼짝 못하는 사람도 하나님의 은혜로 기쁘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리고 희망을 전하고 싶었어요.”
김씨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는 해외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이란 없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우리의 눈이 돼 주시고, 은총으로 이끄소서∼ 주말밤 울린 전신마비 가수의 ‘기도’
입력 2017-01-08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