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많은 사람들이 타기 원했던 호화로운 배는 현재 침몰 중이다. 어느 목사가 구멍 뚫린 배를 고쳐보겠다고 올라탔다. 배에는 애당초 운전을 잘못해 구멍을 낸 집사가 아직 탈출하지 않고 있다.
목사는 배를 타자마자 집사를 향해 “더 이상 배에 머물 자격이 없다”고 하선을 요구했다. 그러자 집사는 “내가 구조요청을 했더니, 저 목사가 배를 더 깊이 빠뜨리고 있다”고 격렬히 저항했다. 목사보고 “당신이 배에서 내리라”고 하면서 말이다. 목사는 목사대로, 집사는 집사대로 자기논리가 분명해 한 치 양보도 하지 않는다. 배는 계속 가라앉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뒤엉켜 싸운다.
지금 새누리당이 여의도 정치판에서 벌이고 있는 일들이다. 당 비상대책위원장인 인명진 목사는 “이 당이 정치하는 곳인 줄 알고 왔더니 실제로는 서청원 집사가 있는 교회였다”고 비아냥거렸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 탈당카드를 고집하면서 말이다. 서 의원은 이에 “인 목사는 ‘악성종양의 성직자’이고 ‘거짓말쟁이 성직자’”라며 “(내가 아니라) 인 목사가 당을 떠나라”고 맞받아쳤다.
마치 분란에 휩싸인 어느 교회의 목사와 집사가 설전을 벌이는 듯한 모습이다. 그렇지 않아도 교회밖 세상으로부터 질타를 당해온 한국교회의 모습이 새해 벽두부터 새누리당과 오버랩되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역대 국회가 새로 구성될 때마다 교계 신문에는 기독교인 국회의원 수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20대 국회의 기독교인 의원은 102명으로 전체의 34%나 차지하고 있다. 17대 국회 118명(39%), 18대 국회 119명(40%), 19대 국회 111명(37%)보다 다소 감소했지만, 상당히 많은 수다. 기독교인 국회의원 비율은 지난해 연말 발표된 통계청의 ‘2015 인구주택총조사 종교인구 조사’에서 나타난 기독교 인구(19.7%)보다 2배나 되는 수치다. 가톨릭 신도 국회의원 비율까지 더하면 명실상부한 전체 기독교 국회의원 비율이 65%나 된다. 국회의원 3명 중 2명이 크리스천이란 얘기다.
그렇다고 우리 국회가 정의로운지 되돌아 볼 일이다. 십자가와 부활 앞에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고 그분의 제자로 살겠다고 결단한 정치인이 이렇게나 많은 데 말이다.
크리스천 국회의원들이 부정부패와 불의에서 진정 자유로운지, 예수님처럼 사회적 약자들에게 우선적 관심을 갖고 있는지 진짜 묻고 싶다. 예수님처럼 자기를 희생하는 십자가의 삶을 기꺼이 살아가고 있는지 오늘날 대한민국 기독교인 국회의원들은 반성해야 한다.
혈연 지연 학연 연고주의 병폐가 심한 우리나라에서 기독교까지 연고주의에 동원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나님의 종으로서 하나님의 뜻을 정치를 통해 실현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하나님을 자신의 ‘종’으로 삼아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채우고 있는 건 아닌지. 크리스천 정치인이라면 더럽혀진 정치를 깨끗하게 정화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곳은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나 교계 행사 자리가 아니라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곳, 바로 국회여야 한다. 그래야 고통 받는 서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봉사하는 직분을 다하는 일일 것이다.
정종훈 교수(연세의료원 원목실장 겸 교목실장)
[특별 기고] 여당에서 벌어진 목사와 집사의 난장판
입력 2017-01-08 20:27 수정 2017-01-08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