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발에… 트럼프-차이잉원 만남 결국 불발되나

입력 2017-01-09 00:04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7일 미국과 중남미 수교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수도 타이베이의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차이 총통의 순방에 중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P뉴시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중국의 주시’ 속에 9일간의 중앙아메리카(중미) 순방길에 올랐다.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7일 대만을 출발한 차이 총통은 경유지인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도착했다. 8일 온두라스를 방문한 뒤 니카라과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를 거쳐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 15일 귀국한다.

차이 총통은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통화를 한 후 경유지이긴 하지만 미국을 방문하게 되면서 트럼프 측과의 회동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측의 접촉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차이 총통의 휴스턴 공식 일정은 교민 간담회 외에는 없다. 트럼프 정권인수팀 대변인인 제시카 디토는 “트럼프나 인수팀 담당자가 미국에서 차이 총통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 국무부도 차이 총통의 자국 경유에 대해 “여행의 편의를 제공하는 오랜 관행에 따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대만과 미국 양국은 차이 총통의 이번 방문이 눈길을 끄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을 화나게 해서 양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평했다.

차이 총통은 순방에 앞서 타이베이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문의 중요한 임무가 “동맹과 연대를 강화하고 대만의 세계적 존재감을 높이는 것”이라며 “동맹과 양자 간 협력 프로그램을 심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무 완수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10일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다. 하지만 오르테가 대통령과의 양자 회동 일정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순방국 3곳의 정상과 회담이 예정된 것과 비교된다. 대신 차이 총통은 니카라과에서 대만 공장을 방문하고 교민 간담회만 갖는다.

일각에서는 니카라과가 대만과 단교 선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니카라과와 대만은 오르테가 대통령 시절이던 1985년 단교한 이후 다시 니카라과에 우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90년 관계를 회복했다. 다시 정권을 잡은 오르테가는 대만에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며 단교 위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상투메 프린시페가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하면서 대만 수교국은 21개국으로 줄어 대만의 외교적 고립이 가중됐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