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후보 경선 개시를 공식화했다. 민주당은 당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늦어도 오는 26일 이전에 마치기로 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돼 후보 선출을 위한 물리적 시간이 촉박한데다 당내 대권주자 및 지지자들 간 신경전도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기에 당내 경쟁을 마무리해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선 준비 돌입을 선언했다. 추 대표는 “사회 대개혁은 결국 정권교체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며 “오늘부터 대선 경선 룰 마련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 대선 후보 경선을 위한 예비후보 등록을 설 연휴 시작 전에 마친다는 계획이다. ‘원외 인사’인 문재인 전 대표와 달리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그동안 활동에 제약이 많았다. ‘대선 후보 경선’이라는 공식 경쟁 무대를 만들어 후보 간 직접 검증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추 대표는 예비후보 등록 절차가 시작되면 당 대선 주자들을 직접 면담하겠다고 했다. 경선 룰 마련 작업은 4선의 양승조 의원이 총괄키로 했다.
추 대표는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야권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다른 당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국민 열망이 높아진다면(고려할 수 있다). 우리 당은 항상 개방돼 있다”고 말했다. 당내 ‘교통정리’가 끝나면 야권연대에도 직접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 움직임에 대해선 경계했다. 그는 “권력구도 개편은 (개헌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개헌이) 정치권이 헤쳐모이기 위한 도구로 비쳐선 안 된다”고 했다.
경선 일정이 구체화되면서 야권 대권주자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문 전 대표는 경북 경주에서 가진 주민 간담회에서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권교체인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집권하는 것은 정권교체가 아니다”며 반 전 총장을 향해 견제구를 던졌다.
문 전 대표는 오후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 지지자 200여명은 문 전 대표가 구미시청에서 간담회를 마친 뒤 차에 오르자 이 차의 진행을 25분간 막고 “문재인은 빨갱이”라고 외치거나 심한 욕설을 했다. 일부는 문 전 대표의 차량을 발로 걷어찼다. 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폭력을 행사하는 행태는 청산돼야 할 대표적 적폐”라며 “사법 당국은 철저히 수사하고 응분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후발주자들의 ‘문재인 견제’도 강화됐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광주 토론회에서 “초반에 죽어라 뛰어 상대 후보를 지치게 하는 것이 페이스메이커 역할인데 지금 사력을 다하는 사람은 문 전 대표”라며 “나는 여유있게 따라가다 마지막에 1등하겠다”고 했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과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등 노무현정부 인사들이 속속 안 지사 측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친노(친노무현)계 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문 전 대표를 정조준했다. 그는 전북 전주 기자간담회에서 “문 전 대표는 낡은 기득권 세력으로 청산 대상이지 청산 주체가 될 수 없다”며 “당대표 시절 제1야당으로서 선거에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점에서 무능했고, 촛불집회가 시작됐을 때 참여를 꺼렸던 점에서 우유부단하다”고 날을 세웠다.최승욱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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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설 이전 예비후보 등록”… 민주당, 대선 가속페달
입력 2017-01-08 18:22 수정 2017-01-08 21:13